왜냐면 |
[왜냐면] 엉뚱한 데 쓰이는 우리들의 세금 / 민진우 |
민진우 서울시 중구 만리동
직진 후 좌회전 신호체계로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아 경찰은 또다시 신호체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그래서 광화문삼거리와 세종로 등 서울시내 11곳에 시범적으로 3색 신호등을 설치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기존에 사용했던 4색 등화는 사실 우리나라에서만 사용된 신호체계로 국내 편의에 맞게 운영되어 왔지만 내국인이 외국에 나가거나 외국인이 국내에서 운전할 때 혼란을 겪는 등의 문제가 잦아져 신호체계를 국제규격으로 맞추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16만개에 이르는 전국의 신호등을 5년 안에 모두 교체하겠다고 하는데, 신호등 1개를 교체하는 데 170만원이 사용되고 서울에서만 850억원의 예산이 들어간다고 한다.
며칠이 지나고 이번에는 서울시에서 보행자 신호등 램프를 건드렸다. 램프가 남녀차별에 해당한다며 여성의 모습도 같이 넣자고 경찰서에 제안서를 보낸 것이다. 그러나 여성단체들도 치마를 입은 모습으로 여성을 상징하는 것이 오히려 성차별이라고 말했다. 설사 서울시의 말처럼 남녀차별적 요소가 있어 바꾼다고 하면 신호등 램프 하나를 바꾸는 데에만 최소 20만원 이상의 비용을 써야 한다. 이를 전국적으로 생각하면 그 비용은 엄청난 액수다.
3색 신호등과 보행자 신호등. 이 모든 것을 추진하기 위한 재원은 우리들이 낸 세금으로 충당된다. 그런데 서울시는 700억원밖에(?) 안 되는 무상급식 예산 배정에 대해서는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태도를 절대 굽히지 않으면서, 현재 불편한 점 없이 사용되고 있는 신호등을 교체하는 데 들어가는 더 많은 비용은 아낌없이 쓰고자 하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서울시 자료를 바탕으로 김광수경제연구소가 작성한 보고서를 보면, 남산공원 재정비 사업에 316억원, 한강 예술섬 조성 사업에 243억원, 동대문 디자인플라자&파크 건립에 701억원이 예산으로 편성되어 있다. 이들 사업이 필요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당장 서민을 위하고 복지를 위한 예산이 우선적으로 배정되어야 하는 게 상식 아닌가? 구체적으로 서울시가 기초생활수급권자 등 생계급여 지원 대상자가 2009년 21만720명에서 22만1852명으로 늘어났는데도 해당 예산은 오히려 2009년 5292억원에서 2010년에 4759억원으로 533억원을 줄인 데서 볼 수 있듯이 정작 필요한 곳에는 세금이 쓰이지 않고 있다.
아직도 우리들의 피같은 세금이 엉뚱한 곳에 쓰이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우리의 세금은 누구를 위해 어떻게 쓰이는지 모르겠다. 지금이라도 몇몇 업체를 배불려주기 위해 선심성으로 예산을 집행하고 서민을 외면한다면 시민들은 투표로 답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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