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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4.29 20:09 수정 : 2011.04.29 20:09

지역 생산물을 아이들 밥상으로 이어지게 하는 로컬푸드의 가치,
공동체적 가치, 생태친화적인 가치가 급식을 둘러싸고 생성되는 것이다

김형근 울산 북구 친환경무상급식추진단 단장

지난 4월15일 울산 북구에서는 친환경급식지원센터가 생긴 지 두달여 만에 정식으로 개소식이 열렸다. 지난해 8월 ‘친환경무상급식추진단’을 구성하여 수차례의 세미나와 워크숍, 견학, 탐방, 다양한 실무위원회의, 캠페인, 설문조사, 설명회, 강연 등을 거치면서 정책 실행의 내용을 마련하였고 다시 이를 조례와 시행규칙으로 담아냈다. 좌충우돌의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요하는 일이었기에 감회가 남다르다. 학교급식법에서 ‘급식지원센터 설립 가능’이라는 문구를 제외하곤 구체적인 상이 제시되지 않은 조건에서 진행된 일이어서 더욱 그렇다.

급식을 둘러싼 빈곤한 내용은 급식지원센터의 상에 대한 빈곤성에서 나왔다. 이윤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의 급식시장에 맡겨진 식품조달 기능을 투명한 물류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물류센터라는 상 이외에는 풍부한 내용이 전무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먹는 행위, 그것도 공동으로, 더구나 한창 성장하고 배우는 시기에 먹는 행위라면 반드시 식재료 품질이나 밥상머리 교육, 식인성 질환 예방, 지역의 생산 연계라는 가치나 주제가 따라와야 한다. 하지만 이런 가치는 식중독 예방, 적절한 열량 공급, 조달 비리 차단이라는 주제에 거의 가려져 있었다.

학교급식은 가치재나 공공재의 성격을 갖는다. 교육의 영역이자 복지의 영역이기에 그렇다. 아이들의 공동의 먹을거리가 시장 원리에 맡겨지기에는 그 가치가 남다르다. 급식지원센터는 학교급식을 공공의 가치라는 영역으로 옮겨와야 한다.

텃밭에서 먹을거리를 마련하였듯이 자기 지역의 생산물을 아이들의 밥상으로 이어지게 하는 로컬푸드의 가치, 급식으로 인한 소비가 지역의 친환경 생산을 촉진시키는 선순환적 풀뿌리 구조의 가치, 아이들의 먹을거리를 지역의 가능한 모든 물적·인적 자원의 연결로 마련한다는 공동체적 가치, 음식의 이동거리를 줄이고 화학 영농자재의 투입을 배제하는 친환경적이고 생태친화적인 가치가 급식을 둘러싸고 생성되는 것이다.

울산 북구의 지난 두달 동안의 경험을 보면, 영양사 선생님들이 미리 마련한 권장식단을 통해 지역의 제철 생산물을 집중적으로 사용하게 되면서 지역의 친환경 생산물의 양과 종류가 많아지고 있고, 그에 따라 친환경 생산자의 수와 자부심도 커지고 있다. 이는 곧 대량 투입되는 농약과 화학비료로 인한 환경적 부하가 사라지고, 내내 아이들의 몸속에서 환경호르몬으로 작용하게 되는 농약의 섭취량이 확연히 줄어들게 됨을 의미한다. 센터는 더 나아가 농산가공식품에서 만연하고 있는 외국산 원재료의 남발이나 트랜스지방, 유전자변형 생산물의 혼입, 화학 첨가물 등을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 이는 음식이 성장기의 아동에게 끼칠 수 있는 위해 가능성을 ‘사전예방의 원칙’에 따라 확실히 줄일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 또한 센터를 통한 직거래 가격이 기존 유통업체를 통한 시장 가격보다 15~20% 낮기 때문에 경제성 또한 확보할 수 있었다.

위와 같은 여러 가치는 급식을 둘러싼 생산과 가공, 유통, 소비에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신호를 줌으로써 아이들의 건강과 지역의 생태적인 발전이라는 목표가 급식지원센터를 통해서 하나의 체계로 이뤄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친환경 무상급식은 분별없는 포퓰리즘이 아니다. 그것은 환경생태와 공동체적 가치가 훼손되는 이 시기에 새롭게 생성하고 확장해야 할 새로운 가치실현의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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