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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04 18:16 수정 : 2005.07.04 18:16

최저임금제도는 최소한의 삶을 보장해주지 못하고 있다. 한 달 육십몇만원의 임금만 지급하면 사용자는 처벌받지 않으니 어찌 보면 최저임금제가 아니라 최대착취제와 다를 바 없다.

사회 구성원 간 대립과 갈등은 대화나 교섭으로 풀어야 한다. 이에 실패하면 극한 대립과 마찰을 불러오게 된다. 자동차, 철강, 조선, 전기전자 등의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 4만명으로 구성된 전국 단일조직인 전국금속노동조합과 관련 사용자 간의 중앙교섭이 지난 4월12일 시작된 후 3개월이 돼가는데도 노사교섭은 성과가 없어 극한 대립 상황이 예고되어 있다. 실질교섭이 안 되는 이유는 사용자 쪽이 의도적으로 교섭을 지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금속 노사는 2003년 사용자 쪽의 제안으로 산별 중앙교섭을 시작한 뒤 주5일 근무제, 손배가압류, 금속산업 최저임금제·공동화 등 노동현안에 대해 의미있는 합의들을 이뤄왔다. 작년에는 산별 중앙교섭이 안정화되어야 중장기적으로 노사관계 발전에 기여하고 교섭비용 절감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2005년 중앙교섭에는 사용자단체로 임한다”고 합의했다.

그러나 회사 쪽이 이 합의사항을 지키지 않아 올해 중앙교섭이 어렵게 진행됐다. 그밖에도 여러 문제들이 있었으나 금속노조는 인내심을 발휘하며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요구안에 대한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는 노동자의 현실을 생각하면 많은 요구를 해야 하지만 원만한 교섭을 진척시키려고 최소한의 요구를 내걸고 중앙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첫째는 산업 차원의 고용안정대책 마련이다. 지금 사업장은 노사간 노력으로 완벽하게 고용이 보장되지 않는다. 가령 현대자동차는 하청업체를 상대로 ‘바이백’ 지침을 내렸다. 매년 납품단가 인하(CR) 조처로 부품산업 발전을 저해하던 현대자동차가 국내 자동차부품산업을 몰락시키고 고용과 실업 문제를 일으킬 것이 분명한데도 중국에서 생산하여 납품하라는 것이 ‘바이백’이다.

공장의 국외 이전은 실업을 비롯한 많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다. 더 나아가 제조업은 모든 산업의 기반이기 때문에 무엇으로 국가 경쟁력을 갖춰 먹고살 것인가의 문제까지 연관되어 있다. 이처럼 당장에는 자본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고 볼지 모르지만, 노사문제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사안에 대해 노동조합이 관여하는 것은 당연하다.

둘째는 산업 최저임금제 현실화다.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노동자는 주로 열악한 작업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누구도 하지 않으려는 궂은일을 하면서도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지 못한다고 해서야 말이 되는가? 그런데 실제로 최저임금제도는 최소한의 삶을 보장해주지 못하고 있다. 한 달 육십몇만원의 임금만 지급하면 사용자는 처벌받지 않으니 어찌보면 최저임금제가 아니라 최대착취제와 다를 바 없다. 국가 차원에서 제대로 안 되니 금속사업장에서 최저임금을 현실화하자는 인간적인 요구다.

셋째는 비정규직의 조합활동 보장과 불법파견 판정시 정규직화하자는 것이다. 비정규직이 820만명이 넘어 이제 사회적 문제로 대두했다. 정부와 자본은 민주노조 운동을 귀족노동 운동이라고 매도하면서도 저임금과 고용불안, 멸시와 차별 등으로 고통받는 비정규직의 조합활동은 보장하고 있지 않다. 노동부가 불법파견이라고 판정을 내고서도 회사가 불법파견을 지속하고 파견노동자를 탄압해도 아무런 처벌을 하지 않는다. 사회적 불안요소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비정규직 문제는 방치해서는 안 된다. 금속사업장의 비정규직 문제부터라도 실질적으로 해결해보자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내 식당에 우리 쌀을 사용하자는 것이다. 우리가 외국쌀 수입 자체를 반대하기도 하지만, 외국 농산물을 수입하는 과정에서 방부제와 농약을 살포한다는 사실을 보건대 하루에 2끼 정도를 회사에서 먹어야 되는 노동자들이 비용 절감이라는 미명 아래 희생당하지 않겠다는 요구는 절대 과도한 것이 아니라고 본다.

이런 요구를 내걸고 교섭에 임한 노동조합은 사용자 쪽을 설득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사용자 쪽은 이 눈치 저 눈치 보면서 실질교섭을 해태하고 있다. 금속노조의 올해 요구사항은 사용자 쪽이 적극 노력만 하면 별 문제 없이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고 본다.

김창한/전국금속노동조합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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