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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04 18:14 수정 : 2005.07.04 18:14

재반론-김진대 산자부 과장의 글을 읽고

최대 원전 보유국인 미국조차 1970년대 처분장 주변 방사능 오염으로 절반 이상의 처분장들을 폐쇄한 뒤 지금까지 열 차례 넘게 지역보상과 주민투표를 통해 새로운 처분장 건설을 추진했으나 단 한 차례도 성공한 바 없다.

중저준위 핵쓰레기 처분장 건설의 시급성을 주장한 산업자원부 김진태 과장의 6월28일치 ‘왜냐면’ 기고에서 정보의 왜곡과 논리적 모순이 있어 이를 바로잡고자 한다.

협소한 국토 여건에서 불필요한 사회갈등을 줄이고 중저준위 핵쓰레기를 당분간 원전 내에 저장한 뒤 위험도가 높은 사용후 핵연료 처분 때 동반처분하자는 김정욱 교수의 6월21일치 <한겨레> 기고는 매우 합리적이다. 이를 두고 김 과장은 아직 사용후 핵연료 처분장을 건설한 나라가 없는 반면 대부분 중저준위 처분장을 운영하고 있으니 틀린 주장이라고 반박했으나 이는 반박 근거가 될 수 없다.

김 과장은 31개 원전국 중 중저준위 처분장이 없는 나라는 소규모 원전국가인 스위스 등 6개국뿐이라고 주장했으나 실제로는 12개국이다. 이 중에는 한국보다 5배나 많은 32만드럼의 중저준위 핵쓰레기를 보유한 캐나다 같은 원전대국도 포함되어 있다. 최대 원전 보유국인 미국조차 1970년대 처분장 주변 방사능 오염으로 절반 이상의 처분장들을 폐쇄한 뒤 지금까지 열 차례 넘게 지역보상과 주민투표를 통해 새로운 처분장 건설을 추진했으나 단 한 차례도 성공한 바 없다.

특히 한국은 대만, 벨기에, 네덜란드와 함께 원전 보유국 중 인구밀도가 가장 높고 국토 규모는 가장 작은 그룹에 속한다. 이러한 여건에서 중저준위 처분장이 없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나 ‘막연한 공포’ 때문이 아니다. 우리 실정에서 수십배 낮은 인구밀도의 아르헨티나, 스웨덴 같은 경우나 핵재처리를 하는 영국, 프랑스처럼 핵쓰레기 처분 터를 남발할 수 없으므로 별도 전략을 강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과제다.

‘처분장 유치지역 지원법’에 따라 사용후 핵연료 관련시설이 중저준위 처분장 지역에 설치되지 않는다는 김 과장의 주장도 국내 핵쓰레기 정책의 신뢰성과 관련하여 주목할 대목이다. 정부는 1994년 이후 울진군에 세차례나 해당 부처 장관 명의로 핵쓰레기 처분장을 울진에 건설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나 정치적 분위기가 바뀌니 약속을 뒤집고 있다. 핵쓰레기 관리법 등 기본법조차 없는 가운데 ‘지원법’과 같이 시행규칙 수준에 있어야 할 하위법에서 사용후 핵연료 시설에 대한 거취를 약속한다는 것 자체가 터무니없는 일이다.

‘원전 터 내 중저준위 저장시설 포화론’이 거짓이라는 점은 이미 ‘왜냐면’을 통해서도 몇차례 검증된 바 있다. 100만여평의 원전 터에서 단 600평짜리 저장고의 1개 건설 여부에 따라 저장 기한은 약 20년의 차이가 나므로 ‘포화론’은 타당성 없는 주장이다. 더욱이 지난 10년간 기술발전으로 연간 핵쓰레기 발생량은 1/10 이상 줄어들고 있지 않은가?


김 과장은 중저준위 처분장 건설 시급성 논리의 마지막 근거로 현세대가 전기를 사용했으므로 현세대가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을 하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들이 밝히는 핵쓰레기 관련 세대간 형평성 과제는 처분장 터 확보가 아니라 미래세대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국민들이 치른 약 6조원의 핵쓰레기 처분예산을 원전 건설비로 전용하는 한국수력원자력㈜에 이를 국가기금에 도로 채워 넣으라는 요구는 지당하다. 이에 대해 김 과장은 한수원㈜의 회계장부에 충당금으로 있으니 안심하라는 주장인데, 기업경영에서 현금의 흐름이 없는 회계장부상 숫자 변화가 무의미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정부는 더 이상 ‘양치기 소년식’ 핵쓰레기 저장고 포화론으로 여론을 호도하지 말고 공개적인 정책 검증과 대화를 통해 핵쓰레기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석광훈/녹색연합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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