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죄부 수사를 할 생각이었다면
처음부터 자신없다고 해야 합니다
그래서 작금의 화두는 검찰개혁이 되는 것입니다
김동일 전 나주세무서 직원
검찰은 처음부터 한상률 전 국세청장을 조사해야겠다는 의지가 없었습니다. 그림 로비 의혹, 골프 접대로 언론에 대서특필될 때에도 침묵하였습니다. 참여연대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민주당에서 고발할 때까지 그 어떤 조처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흔한 출국금지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한 전 청장이 미국으로 도피하였을 때 “실력자가 도피를 도와주었다” “현 정권이 한 전 청장에게 약점이 있는 것 같다”는 말이 돌았고, 국민들은 하여튼 뭔가 석연치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얼마 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불행하게 서거하였습니다. 언론에선 한 전 청장이 표적 세무조사로 원인을 제공하였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국민들은 한 전 청장을 소환해서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가려줄 것을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이메일 조사’라는 새로운 조사방식을 들고 나와 국민들을 실망시켰습니다.
지난 연말부터 한 전 청장이 제 발로 들어올 것이라는 설들이 난무했습니다. 국민들은 한 전 청장이 아무리 배짱이 좋아도 들어오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검찰이 아무리 권력의 눈치를 살핀다 해도, 한두 가지 혐의도 아니고 또 엄연한 사실인데 차마 이를 눈감고 수사할 리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한 전 청장은 당당하게 입국하였습니다. 국민들은 또 뭔가 술수를 부린 것은 아닌지 의아해하면서도,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에서 대검 중수부 폐지, 특별수사청 신설 등 검찰개혁을 앞두고 있는 만큼 대한민국 검 찰을 믿어보자고 했습니다.
한 전 청장이 들어온 뒤 그가 미국에 도피해 있는 동안 기업체로부터 7억원을 수수하였다는 새로운 내용이 보도되었습니다. 그러면 그렇지, 우리나라 검찰이 어떤 기관인데, 아무리 현 정권이 감싸려 해도 있는 죄를 없다곤 할 수 없지, 콧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러나 표적 세무조사, 서울 도곡동 땅에 대한 진실은 시나브로 사라져갔습니다. 처음엔 조금 엇박자가 난 것이겠지 하고선 큰 의미를 두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자꾸 개인 비리 쪽에만 초점이 맞추어지고 정치적인 문제는 조사할 것이 없다는 보도 내용이 흘러나왔습니다. 아예 7억원 수수도 대가성이 없다고 기소하지 않겠다는 내용까지 흘러나옵니다.
도대체 무엇을 조사한 것인가요? 어떻게 조사한 것인가요? 이렇게 슬그머니 한상률에게 면죄부 수사를 할 생각이었다면 처음부터 자신없다고 해야 합니다. 조사하는 척하고선 국민들의 뒤통수를 후려칠 요량이라면, 차라리 특검을 해달라고 하는 것이 솔직한 것입니다. 그래서 작금의 화두는 검찰개혁이 되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에 희망을 접습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겠습니다. 대한민국 검찰에 대한 기대를 접습니다. 검찰이 아무리 우수한 두뇌들로 집단을 이루었다고 해도, 그 좋은 머리가 국민들에게 쓰이지 않고, 오히려 국민들에게 실망을 주고, 국민들에게 칼날을 겨눈다면 국민들은 검찰을 똑똑히 기억할 것입니다. 시간은 잠시 한 전 청장 수사를 용서할지라도, 역사는 반드시 용서하지 않고 진실을 가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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