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4.05 20:52
수정 : 2011.04.05 20:52
신공항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들은
‘헛공약을 남발한 정치인과 당이
어떤 응징을 받게 되는지’를
확실히 보여주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조승호 대구 달성군 화원읍 천내리
회개한 지 한달 만에 다시 죄를 지으셨다. 동남권 신공항 공약을 부도내고 대국민 사과에 나선 우리 대통령의 이야기다. 영남권 전체를 달뜨게 했던 동남권 신공항이 결국 백지화로 결론났다.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공약 중 하나가 부도난 것이다. 지난달 온갖 비판을 무릅쓰며 무릎 꿇고 회개했건만, 장로 대통령께서 또다시 ‘거짓말하지 말라’는 십계명을 어기셨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동남권 신공항은 이 대통령의 핵심 공약 중 하나였다. 노무현 정부 시절 영남권이 건의했고 이 대통령이 공약에 반영했다. 영남 주민들의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밀양과 부산으로 나뉘어 ‘유치 전쟁’이 벌어졌지만 정부는 발표를 수차례 연기했다. 그러다 더는 못 미루게 되자 백지화를 발표했다. 이 대통령은 “국책사업은 정치논리가 아닌 경제논리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고, 이는 대국민 사과에서도 되풀이됐다. 결국 공약을 내걸 당시에는 표를 얻기 위한 ‘정치논리’였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물론 잘못된 공약이라면 폐기하는 것이 옳다. 무리하게 추진해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것보다는 백배 옳은 일이다. 문제는 이 대통령이 공약을 대하는 태도에 있다. 지금껏 대형 국책사업이라는 당근을 지방민들에게 흔들어 표를 얻어가고 지역 갈등을 조장하더니, 그것을 부도내는 데에는 부끄러움이 없다. 신공항의 경제성 없음이 2009년 조사에서 이미 드러났는데도, 발표를 미룬 채 지방선거에까지 활용한 게 가장 큰 잘못이다. 세종시, 충청권 과학벨트, 반값 등록금…. 다른 공약들도 공약대로 가는 건 하나도 없다. 연 7% 경제성장에 국민소득 4만달러라는 ‘747공약’은 애초에 믿지 않았으니 넘어가자. 반값 등록금은 자기 공약이 아니었다고까지 말한다. 중세 교회가 돈을 받고 면죄부를 팔았듯이 우리 장로 대통령은 표를 받고 헛공약을 판 건 아닐까? ‘나를 뽑아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지역이 신공항과 과학벨트와 반값 등록금을 얻으리라.’
혹자는 이번 사태를 ‘유권자들이 허황된 공약을 가려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애초 유권자들에게는 헛공약을 가려낼 정보와 능력이 부족하다. 2007년 대선 때 동남권 신공항의 비용 대비 편익이 0.7밖에 안 될 줄 어떻게 알았겠는가? 또 앞으로 누군가가 신공항 등을 공약으로 내건다면, 혹시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기울 수밖에 없는 게 우리네 심리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일련의 사태들은 ‘헛공약을 남발한 정치인과 당이 어떤 응징을 받게 되는지’를 확실히 보여주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사전 예방이 힘들면 사후 보복이라도 확실해야 하는 것이다. 오는 4·27 재보선과 내년 총선, 대선을 통해 반복학습시키다 보면 우리 정치인들에게도 조금은 학습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이 대통령의 임기, 이제 2년이 채 안 남았다. 레임덕과 대선정국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1년밖에 안 남았다. 그의 가는 길, ‘거짓 공약의 말로는 정치적 파산’이라는 교훈 하나만 제대로 남겨도 큰 업적이 될 것이다. 한편으로 다사다난했던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국민 앞에 ‘회개’해야 할 일이 더 없는지 곱씹어볼 시간도 필요할 것이다. 이는 국민들의 심판의 시간이 임박했음이니, “너희는 회개하고 돌이켜 너희 모든 죄에서 떠날지어다. 그리한즉 너희가 죄 때문에 멸망하지 아니하리오.”(구약성서 에스겔서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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