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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4.01 20:09 수정 : 2011.04.01 20:09

1989년 해직교사들의 좌절에는
변양균씨의 책임도 있었다
신정아씨가 다시 주목받는 요즘
해직교사 원상회복 재판은
철저한 무관심 속에 진행중이다

이상호 해직교사 소송지원단장 지난 3월30일 서울고등법원에서 해직교사 원상회복에 관한 13차 공판이 열렸다. 2007년 11월에 재판이 시작된 이래 4년여 동안, 1989년 5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창립으로 해직(파면·해임)된 1517명은 지금도 호봉 인정과 연금합산이 안 되는 경제적 고통 때문에 힘들게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당시 노태우 정권은 대통령 선거 때 국민에게 약속한 ‘중간평가’를 무산시키기 위해 ‘공안정국’을 형성하면서 세계 교원노조 역사상 유례가 없는 대학살을 자행한다. 당시 3월에 발령받아 2~3개월밖에 안 된 젊은 교사들도 단순히 전교조에 가입해 1만원의 조합비를 냈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징계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대규모로 파면·해임시킨 것이다. 이후 김영삼 대통령이 해직 5년 만인 94년에 전교조 관련 해직교사를 ‘특별채용’(신규채용)했지만 호봉과 연금을 합산하는 ‘원상복직’이 아니었고, 이후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때에도 전교조와 교육부·청와대 등이 숱한 협상을 했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정부는 약속 이행을 외면했다.

2006년 김진표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의 원상회복 약속으로 다시 정부와 협상을 시작했지만 기대와 달리 교육부와 청와대는 “전교조가 교원평가에 대하여 완화된 입장을 표명할 경우 인사경력을 제외한 경제적 보상 부분은 수용하는 방안을 제안”한다는 방안을 마련했다.

‘민주화 보상법’에 의거해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된 교사들의 원상회복 문제를 본질과 관련 없는 교원평가 문제와 교환하자는 장사꾼 같은 요구였다. 이는 전교조는 물론 해직교사 당사자도 수용할 수 없는 불평등한 요구조건이어서 결국은 협상이 결렬됐다.

이때 변양균씨는 관료 출신으로 기획예산처 장관을 거쳐 청와대 정책실장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어 해직교사 원상회복의 정책 결정에 큰 힘을 발휘할 때였다. 해직교사의 호봉·연금 합산에 교육부와 전교조가 협력해 만든 추정 예산안에는 1517명의 원상회복에 150억원 정도가 소모되어 1인당 1000만원 정도가 든다는 계산이 나왔다. 17년 동안 당한 피해를 복구하는 데 드는 이런 최소한의 비용도 당시 청와대와 교육부의 예산 담당자들이 인색하게 거부했던 것이다.

2007년 여름에도 전교조와 청와대·교육부의 협상은 더이상 진전이 안 되고, 정부 부처는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할 뿐이었다. 그해 여름에 터진 ‘신정아 학력위조사건’은 청와대 2인자로 불리던 변양균 정책실장과 관련된 불륜사건으로, 해직교사들에게 노무현 정권에 대한 실망을 결정적으로 가져다주었다.

89년 해직으로 인한 피해는 엄청났다. 지금까지 37명이 사망하고, 현재도 40여명이 암에 걸려 있고, 해직 후유증으로 수많은 부부가 이혼까지 하게 되었다. 책임 있는 요직에 있던 자가 이러한 아픔을 외면한 채 자신들은 로맨스라고 하는 불륜을 저지르며 자기와 관련 있는 사찰에는 특별교부세를 펑펑 지불한 사실들이 드러났다. 검찰은 당시 ‘고위 공직자인 변씨가 신씨를 출세시키고 그녀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기 위해 권력을 남용해 다양한 비리를 저지르고 국가 기강을 문란하게 한 사건’이라고 단죄했다.

그런 신정아씨가 얼마 전 자신의 수번 ‘4001’을 제목으로 자서전을 출판하자 모든 언론이 황색쓰나미에 휩싸이는 모습을 보고 개탄을 금할 수가 없다.

지난 3월26일에는 광주 5·18국립묘지에서 전교조 초대 위원장인 윤영규 선생의 6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민족·민주·인간화 교육을 위해 3번의 파면과 복직의 수난을 당했지만, 그분이 남기고 간 부인과 일곱 딸 등 가족들은 지금 연금도 받지 못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전교조 역대 위원장들 대부분이 연금 없이 노후생활을 어렵게 하고 있다.

친일파는 3대가 잘살고 민주화운동을 한 사람들은 3대가 빌어먹는다는 게 과연 정의로운 것일까?

불륜을 로맨스라고 포장하고 국민을 관음증에 빠지게 하는 이들의 안쓰러운 모습을 보면서, 초판 5만여권이 불티나게 팔리고 이틀 만에 매진되어 다시 인쇄에 들어갔다는 자랑 한편에는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희생한 참교사들의 원상회복 재판이 오늘도 열리고 있는 현실을 떠올린다. 우리 국민은 이 외침을 외면하지 말고 해직교사들의 절규에 귀 기울여주기를 부탁한다. 끝으로 신정아씨에게 고려 말 나옹선사가 불렀던 선시 한 편을 들려주고 싶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하네. 사랑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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