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
‘에너지 안보’ 비관론에 기초해야 |
골드만 삭스의 배럴당 105달러 예측을 웃어 넘겨선 안된다. 비관론을 고려하는 것은 후회없는 정책일 뿐 아니라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더 나은 방향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석유 동향을 분석하는 한 전문가는 2004년 초 두바이유 기준으로 연평균 유가를 낮게는 배럴당 22달러, 높게는 26달러로 전망하였다. 이 전망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지난해 두바이유 기준으로 연평균 유가는 배럴당 33.74달러였다. 서부텍사스중질유는 무려 41.50달러, 브렌트유는 38.36달러까지 치솟았다.
산업자원부가 올초에 내놓은 석유수입계획에 따르면 국내 전문기관들은 두바이유 기준으로 국내 유가를 배럴당 30~35달러선으로 전망하였다. 하지만 전망과 현실은 갈수록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갑작스런 변수나 돌발적인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두바이유는 배럴당 50달러를 훌쩍 넘었고 서부텍사스중질유는 60달러를 오르내리고 있다.
한달 전에 방송에 출연한 국내 석유전망 분석가들은 곧 고유가 상황이 진정되리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제와서 산자부는 비상벨을 울리면서 유가 고공행진이 상당기간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을 바꾸고 있다. 소위 전문가들이 아직도 유가 상승 요인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에너지 절약추진위를 연다고 해도 뾰족한 대책은 없을 것이다.
유가가 오를수록 전망의 오류는 커지고 있다. 이런 전망의 오류는 정부와 국내 전문기관들이 석유 정점을 고려하지 않는 것에서 비롯된다. 세계 석유시장에서 상당기간 구조적인 공급 문제는 없다는 것이 이들 낙관론자들의 시각이다. 하지만 2001년 창립된 ‘석유가스생산정점연구회’(ASPO)를 중심으로 석유 정점이 임박했다는 비관론자들의 주장이 갈수록 설득력을 얻고 있다.
50년 전 세계는 40억 배럴을 해마다 소비하고 있었고 연간 발견량은 대략 300억 배럴이었다. 오늘날 세계는 해마다 300억 배럴을 소비하며 연간 발견량은 40억 배럴에 근접하고 있다. 현존하는 유전의 생산량은 매년 3~5% 감소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전망에 따르면, 2030년이면 하루 약 1억2천만 배럴의 석유 수요가 있지만 공급 가능성은 의문이다. 이를 위해선 새로운 사우디아라비아 유전이 10개는 필요하다.
‘에너지 안보’는 낙관론보다는 비관론에 기초해야 한다. 골드만 삭스의 배럴당 105달러 예측을 웃어 넘겨선 안된다. ‘석유 공급의 쓰나미 경고’가 울린 것이다. 비관론을 고려하는 것은 후회없는 정책일 뿐 아니라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더 나은 방향이다. 에너지 의존성 감소를 가장 중시하는 유럽연합의 에너지 정책도 비관론을 고려하고 있다. 유럽연합처럼 단기적으론 에너지 효율 향상에 주력하면서 중장기적으로 풍력, 태양광, 지열, 바이오매스 등 재생가능 에너지 개발과 보급만이 ‘석유 공급의 쓰나미’에 대비하는 길이다.
이상훈/환경연합 정책실장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