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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3.11 20:30 수정 : 2011.03.11 20:32

여성폭력피해자의 쉼터입소를
꼭 전자정보로 등록해야 하는가
몸을 숨겨야만 하는 현실을
여성가족부는 외면하고 있다

배인숙 서울시 은평구 녹번동

지난 2월16일 오전 11시 국회식당 3층에서 여성폭력 관련 기관에서 일하는 현장 활동가와 여성가족위원들의 간담회가 열렸다. 그 자리에서 한 여성가족위 국회의원은 부정을 저지르는 공무원들의 횡령을 방지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전자정보시스템을 사용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이는 위기 상황에서 쉼터의 보호를 받으려는 피해자의 안전보다 부정을 저지르는 공무원들의 비리를 막는 것이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위기 상황에 처한 피해여성은 개인정보를 입력하여 자신의 위치가 드러날 위험이 있는 쉼터에 의탁하기보다는 모텔이나 여관방에 몸을 숨겨야만 안심하고 지내는 게 현실이 됐다. 앞으론 피해 정도가 가벼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수급자에 해당되는 빈곤층 여성들만 쉼터를 이용할 수 있게 되지는 않을까? 쉼터입소자 보호가 당연히 최우선 순위가 되어야 함에도 부정한 공무원에 대한 일반 국민들 지탄이 두려워 피해여성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을 포기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과연 정의로운가?

‘여성폭력피해자지원시설 전자정보화대응모임’에서는 지난해 10월 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 소속 가정폭력 쉼터와 성폭력 피해자 쉼터 입소자 419명을 대상으로 사회복지정보시스템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는 쉼터에 입소한 76.6%가 ‘금융정보제공동의서’를 작성하면 자신의 개인정보가 정부의 통합관리망(이후 사통망)에 남게 되는 것을 모르고 있다고 응답했다. 입소자들이 쉼터에 입소하면 자신의 개인정보가 정부의 서버에 5년 동안 보관되는 것을 알고 있다 해도 폭력 때문에 더이상 집에 있을 수 없다. 돈도 없는 상황의 여성들이 있을 곳은 쉼터밖에 없기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입소자 개인정보가 정부 서버에 남으면 입소할 의향이 없다고 답한 입소자들은 그 이유를 “시스템을 통해 혹시라도 내가 어디 있는지 가해자가 찾아낼까봐 두려워서”(33.1%), “내 개인정보가 정부 서버에 남는 것을 원치 않아서”(34.3%), “내 정보가 노출되어 내가 쉼터에 있었다는 사실을 누군가가 알게 될까봐”(30.9%)로 꼽았다.

가정폭력 쉼터의 경우 가해자가 집요하게 피해자를 추적하는 경우가 많고, 전체 입소자의 3분의 1 정도인 피해자의 동반 아동들이 어린이집이나 학교에 등록되면서 e-보육, 네이스 등의 서버에 개인정보를 집적하여 생기는 노출 사례들은 많이 있다. 가해자가 찾아오지 않아도 입소했던 정보가 정부의 서버에 남아 있고 이로 인해 누군가에게 정보가 알려질 여지가 있는 것이 입소자들에게 큰 부담이라는 것이 설문조사로 나타났다.


여성폭력 피해자들은 거의 맨몸으로 집을 나와 이전의 생활 정도와는 무관하게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그러나 입소자의 5분의 1 정도는 자산조사에 걸러져 생계 급여 및 아동양육비, 의료비 지원에서 제외되고 있다.

여성폭력 피해자의 위와 같은 특성을 고려하여, 가정폭력 방지 및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조의 5에 의해 올해부터는 비수급자와 동반 자녀에 대하여 생계비 및 양육비, 교육비 등을 지급하도록 법이 개정되었다. 그러나 쉼터에서는 여전히 자산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비수급자에게 생계비는 지급되지 않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어느 정부기관보다도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의 현실을 가장 잘 이해해야 한다. 그럼에도 2008년 새올시스템 도입 이후 4년이 지나도록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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