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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3.08 20:25 수정 : 2011.03.08 20:27

구선옥 동양고 학부모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

신입생 모집에 실패하면서
이상한 일들이 벌어집니다
‘반공고 인문고’에서 배우든지
집단 전학을 가야 할 상황입니다

저는 서울시 강서구에 위치한 동양고등학교 2학년 학부모입니다. 동양고는 정부의 자사고 정책에 따라 지난해에 동양공고에서 인문계 학교로 전환하고, 다시 올해부터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한 학교입니다. 이 학교는 공고에서 인문고로 전환된 학교라 지난해에는 3학년은 공고학생이 다니고, 2학년은 학생이 없고, 인문고생은 1학년만 있어서, 수업이 잘 될까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일년만 참으면 올해부터 자사고로 전환되는 학교에서 공부한다고 하여 내심 기대를 많이 하고 있었습니다.

학교 쪽도 학부모들의 우려를 잘 알고 있어 기존의 공고 학생은 졸업으로 끝이고, 인문계 학교에 맞춰 공고 교사는 재단 차원에서 다른 학교로 재배치하고 신규 우수교사를 85% 이상 새로 모집해 배치한다고 하였습니다. 문제는 학교가 올해 신입생 모집에 실패해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일이 자꾸 벌어지면서 발생했습니다. 올해 학교는 정원 280명 모집에 99명이 등록하여 정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습니다. 이 학교뿐 아니라 올해 서울시내 자사고 10여곳이 모집에 실패했다고 들었습니다. 신입생 모집에 실패한 자사고들은 올해에 한해 정부의 임시적 예산지원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율형 사립고가 국민의 세금으로 링거주사를 맞듯이 연명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지만 자사고 정책에 잠재됐던 문제들이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학교 쪽은 공공연히 “1학년 자사고 학생들이 3배의 등록금을 내고 있으니 3배로 좋은 교육을 시키겠다”고 합니다. 결국 자사고 학생인 1학년은 실력 있는 유능한 교사를 배치하고 일반고로 들어온 2학년은 주로 인문계 입시 경험이 거의 없는, 공고에서 수업을 가르치던 선생님들이 배치되어 배우게 되었습니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자사고’에서 공부하길 1년간 기대했는데 결국 ‘공고에서 배우는 셈’이라고 개탄합니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닙니다. 지난해 1학기 기말고사 때 학교운영위원장의 아들에게 정답지를 사전에 유출했다는 성적조작비리 의혹이 드러났습니다. 또 학부모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 불법 기부금을 거뒀다는 이야기 등 무수한 의혹이 학부모들로부터 제기되기 시작했습니다. 학교 쪽은 납득할 수 없는 이상한 논리로 책임을 회피하며 시간만 끌고 있습니다. 학부모들이 지난 2월 중순부터 성적조작 의혹 해소와, 내 자녀가 학교에서 차별받지 않고 공정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 서울시교육청 방문을 비롯하여 각계를 찾아다니며 도움을 청하고 있습니다.

만약 내년에도 학교가 신입생 모집에 실패한다면 학교는 사실상 자사고를 포기하고 다시 인문고로 전환을 준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국 이렇게 되면 정부의 실패한 자사고 정책이, 동양고에서는 ‘반공고형 인문고’로 기형화되는 상황인 셈입니다.

학부모들의 걱정은 올해가 아니라 내년, 후년에도 산 넘어 산으로 연속적으로 문제가 확대된다는 데 있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현재 자사고 1학년 역시 수혜자가 아니라 피해자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 2012년 신입생 모집에 다시 실패하면 현 자사고 학생은 ‘반공고 인문고’에서 배우든지 아니면 집단적으로 전학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학교장은 대책은 내놓지 않으면서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고 학부모들 앞에서 노골적으로 이야기합니다. 학생들은 동요하고 학부모들은 더이상 이런 학교에 아이들을 보낼 수 없다는 지경에 이르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학부모들이 학교 차원에서는 대책이 없으니 서울시교육청에서 대책을 세우고, 교육청에서도 아무 대책을 내놓을 수 없다면 학생들의 ‘전학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있겠습니까.

지금 동양고는 실패한 서울시 자사고 정책의 대표적 사례로 되어가고 있습니다. 현실을 모르는 실패한 정책의 피해는 고스란히 어린 학생들과 학부모들, 심지어 잘못된 배치로 자존심이 상한 평범한 공고 선생님들에게까지 돌아오고 있습니다. 누구를 탓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늦었지만 잘못된 정책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현실적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학교, 학부모, 서울시교육청 등이 모두 힘을 모아 대안을 찾아야 할 때라 생각합니다.(*이 글은 동양고 학부모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단의 동의하에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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