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3.04 21:05
수정 : 2011.03.04 21:05
발표의 기회가 거의 없어
69.3%의 월수입이 0이다
중증 장애인 예술가들은
더욱 커다란 위협을 받고 있다
32살에 죽었다. 그것도 병들고 굶주려 죽었다. 꽃다운 나이에 가난에 찌들어 생명을 빼앗긴 사람은 다름 아닌 시나리오 작가이다. 이 젊은 시나리오 작가의 죽음을 놓고 세상은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 간 원인을 찾으려고 떠들어댔다.
우리나라에 예술인들이 얼마나 되는지 그 실태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우리는 세상에 알려진 소위 인기있는 예술인 몇 명만을 기억할 뿐이다. 예술을 숙명으로 여기고 깨어 있을 때나 잠을 자면서도 예술을 껴안고 오직 예술에 대한 열정 하나로 살고 있는 소외된 예술인들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그들의 예술 활동은 경제와 무관하기 때문에 한마디로 가난하다. 예술 활동을 근로로 보지 않는 우리나라에서는 예술인에게 사회적 보험 혜택을 주지 않는다. 따라서 예술인은 그 흔한 직장 의료보험도 없고 국민연금에서도 제외된다. 이렇게 사회 안전망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버티다 버티다 더이상 버틸 힘이 없어지면 죽음으로 끝을 낸다.
한 시나리오 작가의 죽음으로 예술인복지지원법안이 제정된다. 이 법안은 예술인의 복지 활동 지원을 위해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을 설립하고 예술인 복지기금을 조성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예술인을 근로자로 간주해 고용보험이나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한다는 것도 포함돼 있다. 문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두팔 벌려 환영한다.
여기서 우리가 꼭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장애인 예술인들은 빈곤 속에서 날마다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증의 장애 속에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은 얻어먹을 힘도 없기 때문에 매일매일 사회적 죽음의 위협을 받고 있다.
장애인은 예술 활동을 하는 데 창작 여건, 단체 활동, 창작지원금 수혜, 문화예술교육, 문화예술정책, 인식 면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장애인의 예술권에 대한 몰이해로 예술 활동에 동등한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장애예술인은 예술인으로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2007년의 ‘장애문화예술인 실태조사’(한국장애인개발원)에 의하면 장애예술인에 대한 사회적 평가는 ‘다소 낮다’와 ‘매우 낮다’를 합쳐 60.2%였고 ‘그저 그렇다’ 27.5%까지 합하면 87.7%가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발표의 기회도 91.1%가 ‘부족하다’고 했다. 장애예술인은 예술 활동의 기회 부족으로 96.5%가 경제적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고 69.3%가 월수입이 전혀 없다고 응답해 장애예술인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태임이 드러났다.
2008년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은 장애인 관련 문화예술 예산이 문화체육관광부 전체 예산의 0.1%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2011년 장애인 문화예술 예산은 66억원에 불과하다. 장애인 문화예술 예산의 규모를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의 일정 비율(전체 국민에서 장애인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 4.5%)로 정해야 한다. 그리고 방송, 영화, 출판, 전시회, 공연 등 모든 예술 활동에 장애예술인의 참여를 일정 비율로 정해 의무화하는 장애예술인 쿼터제 도입이 시급하다.
따라서 이번에 제정되는 예술인복지지원법안에 장애예술인에 대한 지원 부분을 의무조항으로 명시해야 한다. 아니면 별도의 장애예술인복지지원법안이 제정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장애예술인은 날마다 사회적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방귀희 ㈔한국장애인문화진흥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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