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2.25 19:36
수정 : 2011.02.25 19:36
제품에 ‘오븐 금지’라고
쓰여 있었더라도,
‘내열강화유리’라기에 오븐에
넣어 터졌다면 피해는 누가…
이영주 서울 송파구 석촌동
얼마 전부터 강화유리로 된 식기가 스스로 깨지면서 피해를 봤다는 소비자들의 이야기가 많이 들린다. 떨어뜨려도 쉽게 파손되지 않는다고 해서 구입한 제품인데, 건드리지 않아도 스스로 깨진다니 소비자 입장으로서는 참으로 난감할 따름이다. 거기다 깨질 때도 단순히 금이 가거나 조각나는 것이 아니라 콩알만한 크기의 날카로운 유리 조각이 폭발하듯 사방으로 흩어져 산산조각 난다고 한다. 상황이 이러하니, 관련 업계의 경쟁도 치열하고, ‘내열유리’, ‘강화유리’, ‘내열강화유리’라는 용어 싸움도 점입가경이다.
‘내열유리’라 함은, 어렸을 적 어머니께서 좋아하시던 ‘파이렉스’와 같은 제품으로, 일반유리나 강화유리와는 성분 자체가 다른 것이다. 그 특수 성분이 내열성을 높인 제품으로 강화유리보다 내열성이 몇 배나 우수한 것이다. 반면 ‘강화유리’는 일반유리에 강화 처리를 한 제품으로 강도가 뛰어나며 내열성도 일반유리보다는 조금 뛰어난 것을 의미하였다. 그렇다면 ‘내열강화유리’는 뭔가? 이건 업체들의 경쟁에서 새롭게 태어난 조어일 뿐이었다.
케이에스(KS) 마크로 잘 알려진 ‘한국산업규격’의 탓이 가장 크다고 본다. 기존의 ‘내열유리’ 정의에, ‘강화 처리를 하여 내열성을 부여한 유리’라는 내용을 추가한 것이다. 오븐에서도 사용 가능한 내열유리 제품과 전자레인지에서만 사용 가능한 강화유리 제품 모두 똑같이 내열유리로 표기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규정의 범위가 넓어지면 모호한 표현이 많이 발생하고, 소비자들의 제품 구매에도 혼란을 끼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국민의 안전과 위생 확보 및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설립된 국가기관이 이를 자처하고 있는 것이다.
즉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입할 때 필요한 올바른 정보를 얻을 수 없도록 제한하겠다는 말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설사 제품에 ‘오븐 금지’라고 쓰여 있었더라도, ‘내열강화유리’라기에 오븐에 넣어 터졌다면 피해에 대한 보상은 누구에게 받아야 할까? 단순히 과실로만 치부하기에는 소비자 입장에서 억울할 수밖에 없다. “내열강화유리라고 했잖아!”라는 탄성밖에 더 나올까?
어떠한 이유이든 소비자의 안전을 담보로 한다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강화유리 식기가 깨지면서 초등학생의 안구가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강화유리 제품과 내열유리 제품에 대한 구분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우리는 오히려 거꾸로 가는 셈이다. 이것이 ‘내열’(耐熱)이라는 한자어를 혼용하는 우리말의 한계 때문이라면, 케이에스 쪽은 이를 염두에 두어 소비자의 올바른 판단을 돕고, 추후 발생하는 문제에 관해서도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더욱더 구체적이고 정확한 표현을 사용한 규정을 내려야 한다. 내열유리 식기와 강화유리 식기에 관한 규격을 별도로 마련해 국민을 안전의 사각지대에 몰아넣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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