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2.25 19:32
수정 : 2011.02.25 19:35
성적 부풀리기가 다시 등장하고
대학별 고사가 이야기되고
특목고 광풍이 불지 모른다
또다른 딜레마가 걱정된다
신순용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공동대표
내신평가를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 반대할 이유는 찾기 힘들다. 무엇보다도 고교학업평가의 패러다임이 대학입시의 선발기능을 위한 자료에서 순수 교육기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부분에서 폭넓은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본다.
그럼에도 토론회에 참여하면서 여전히 한 가지 의구심을 떨칠 수 없었다. 절대평가를 하면 지금과 다른 교육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쉽지 않을 것이다. 한 가지만 생각하더라도, 쉬운 문제를 내서 고득점을 받는 학생이 많아진다면 난이도는 계속 낮아진다. 당연히 학업성취도는 떨어질 것인데 그렇다면 본래 절대평가로의 전환으로 추구하고자 한 교육력 제고라는 목표가 훼손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서열화에 의한 일부 대학의 쏠림현상으로 대학진학 경쟁은 여전히 불가피한 상황에서, 고교내신이 절대평가로 바뀌더라도 대학에서는 여전히 상대평가를 통해 학생을 선발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성적 부풀리기가 다시 등장할 것이고 대학에서는 변별력도 없는 학교내신을 많이 반영하지도 적극 신뢰하지도 못할 것이다. 결국 고교등급제는 여전히 법적으로 불가능하니 또다른 그들만의 선발기준이 도입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것이 바로 대학별 고사이며 이는 상대적으로 운영이 쉽고 비용이 적게 들며 공정성이 담보된 카드라고 생각된다.
더 비약된 시나리오는 이 카드가 수요자에 의해 제기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내신도 변별력이 없어지고 학생 개개인의 관리된 스펙도 대동소이해져서 대학이 도대체 어떤 기준과 근거로 학생을 뽑았는지, 대학의 선발기준 자체에 수긍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의도하지 않았으나 오히려 학생과 학부모에 의해 다시 “대학별 고사의 부활”이라는 카드가 요구되는 어이없는 분위기로 몰아갈 수도 있다는 점이다.
다음 문제는 특목고의 광풍이다. 절대평가로 특목고나 자사고의 내신 불이익이 줄어들면서 특정 상위대학에서의 특목고 출신 학생들의 독식현상이 심해질 것이다. 전체 일반계 학생의 2.3%에 불과한 특목고 학생이 유명 사립대학의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40%를 차지한다. 또한 대학입시에서 특목고가 유리한 위치 선점이 가능해지면 특목고 진학을 위한 경쟁 또한 다시 치열해질 것이다. 사교육 시장이 다시 요동치며 호황을 누리게 될 것이다.
이런 학부모와 학생이 갖는 의구심을 완화시키고 새로운 교육정책 도입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며 절대평가 도입이 순수한 교육력 제고를 위한 방안으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어느 때보다도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강력한 실천 선행 의지와 노력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고려대 특목고 우대 사태 때 보여준 대교협의 제 식구 감싸기 식의 미온적인 태도나, 지난해 말 자사고 미달 사태의 해결방안으로 손쉽게 학교에 학생선발권을 주자는 카드를 큰 고민 없이 받아들인 교과부를 돌이켜볼 때, 이 또한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우리는 또다른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생뚱맞게도 대학이 한해 입학하는 한 학교 학생 수를 제한해서라도 수많은 일반계 고교생들을 보호하고 싶어진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