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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2.15 19:23 수정 : 2011.02.15 19:23

대한민국 산하를 대표하는 데
부족함이 없고 모든 국민들이
인정하는 10대 자연경관을 위해
절차상 하자가 없어야 한다

고의장 세종대 명예교수·지형학 박사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난 1월27일 국내 20개 국립공원의 자연경관 중에서 가장 뛰어난 100곳을 선정한 뒤 그중에서 ‘국립공원관리공단 선정 우수 자연경관 10곳’을 발표했다. 순위별로 보면 공룡능선(설악산), 향적봉 상고대(덕유산), 백록담(한라산), 뱀사골 계곡(지리산), 천왕봉에서 바라본 영암평야(월출산), 백운대·인수봉(북한산), 미륵산에서 바라본 한려수도(한려해상), 천불동계곡(설악산), 산철쭉군락과 화구벽(한라산), 노고단 운해(지리산) 차례다.

최우수 분야별 10대 경관으로는 공룡능선(파노라믹 경관), 한라산 백록담(산봉우리), 주왕산 기암(바위), 지리산 뱀사골(계곡), 설악산 토왕성폭포(폭포·수경관), 한라산 산철쭉군락과 화구벽(숲·야생동식물), 한려해상의 미륵산에서 바라본 한려수도(해안·섬), 경주(사찰·문화재), 다도해 보길도 세연정(향토경관), 덕유산 향적봉 상고대(기상경관) 등을 지정했다. 두 가지 10대 경관 대부분이 중복되어 혼돈을 일으킨다. 최근 ‘제주도의 유네스코 인증 3관왕’, 그리고 뉴세븐원더스재단에서 진행중인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행사에 발맞추어 공단에 선정 바람이 덩달아 일어나는 느낌이다.

100대 자연경관 선정 목적에 대해 관리공단은 “감상하기 좋은 곳에 조망대를 설치하고 조망에 적당한 시간대 설정, 접근로 등에 대한 정보 안내서를 간행하며, 생물자원·문화자원과 함께 국가적 자원으로 관리하는 것”이라고 했다. 늦은 감은 있어도 잘한 일이다. 그러나 관계자는 “경관이 좋은 아파트가 값이 비싼 것처럼 공공의 경관도 차별화·서열화해서 관리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자연자원은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천태만상이고 느낌이 각각인데 무슨 기준으로 서열화하겠다는 것인가. 지구의 탄생 이래 억겁의 세월 동안 자연풍상을 거치면서 이루어진 자연자원을 아파트에서 바라보는 시각과 단순 비교해서는 절대 안 된다.

이번 100대 자연경관 선정 과정을 살펴보자. 공원별 선정위원회가 1차로 추천한 경관을 공단 내부 전문가가 참여한 2차 심사에서 150선을, 그리고 내부 인사와 저명 사진작가, 여행가, 화가 등 12명으로 구성된 소위 경관·생태 전문가들이 순위를 매겨 10대 경관을 최종 선정했다고 한다. 국립공원 경관이나 생태를 연구해온 지질학·지형학·경관학·생태학 분야 학자들과 전문 산악인·동호인들은 완전 배제된 채 말이다.

분야별 선정은 그렇다고 하자. 특히 10대 경관을 보면 불가사의하고 경이로운 아름다움을 보유하고 있는 자연경관들이 도외시된 채 ‘천왕봉에서 바라본 영암평야’(평야는 공원 범위 이외 지역임), ‘미륵산에서 바라본 한려수도’ 등은 차치하고 특히, 겨울철 일시적 기상현상인 덕유산 상고대가 공룡능선 다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두번째 자연경관으로 선정되었다니 우리나라 10대 자연경관의 수준이 이 정도인가! 한심한 생각이 든다. 한편 위원들이 선호하는 경관 위주로 선정되었다는 의구심마저 떨칠 수 없다. 선정 경관들을 폄훼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단지 국가 최고 공인기관인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인증·발표한 10대 자연경관이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너무 성급했고, 절차적인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10대 자연경관은 표현 그대로 대한민국의 산하를 대표하는 데 전혀 부족함이 없어야 하고, 모든 국민들이 인정해야 한다. 지금부터 다시 시작해 사진작가, 여행가, 화가뿐 아니라 국립공원을 연구하는 관련 학자, 산악인, 동호인 모두가 참여하여 의견을 수렴하고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누구나가 인정할 수 있는 경관을 최종 선정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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