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에선 잡초 제거 등 효자지만
하천·늪 유출땐 생태계 파괴 우려
먼저 수입한 일·대만도 법으로 제한
기준 명확하게 한 시행지침 마련해야
한선옥 순천경실련 지도위원
조류독감 확산으로 친환경 오리농법이 직격탄을 맞아, 왕우렁이를 이용한 친환경농법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통계로 5만4000㏊의 농지에서 1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는 5억9000만마리의 왕우렁이가 논의 잡초 제거에 동원되어 농민의 일손을 돕고, 잡초 제거를 위한 농약 사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왕우렁이가 친환경농법의 보배로 자리매김되고, 농수산식품부와 친환경농법 애용자들로부터 각광을 받는 이유이다.
그러나 그토록 많은 왕우렁이가 이탈 방지 대책이 없이 방치된다면, 피해는 얻는 것 이상을 초월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간과되고 있다. 왕우렁이는 남미 아마존강 유역 열대지방이 원산지로, 1983년에 식용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왔으나 맛이 신통하지 못해 96년에 잡초 제거를 위한 친환경농법에 이용됐다. 정부에서도 친환경농업의 적자로 인정하고 자치단체마다 앞다투어 장려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왕우렁이가 하천이나 늪지로 유입된다면, 1년에 1000개 정도의 알을 산란하는 왕성한 번식력으로 닥치는 대로 수초를 갉아먹어 토착생물의 서식처를 망가뜨리게 된다. 생태계 파괴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왕우렁이를 먼저 수입한 일본이나 대만 등도 생태교란종으로 지정하여 양식을 못하도록 법으로 제한하고 있다. 환경부도 이를 인식해 생태교란종으로 지정하려다가, 왕우렁이 친환경농법 조류에 밀리고 있다. 환경부는 2008년 5월 생태교란종보다는 한 단계 아래인 2등급의 유해 야생동식물에 왕우렁이를 포함시켜 왕우렁이 농법을 계속할 수 있도록 했다. 환경부는 관측 결과 피해가 더욱 심할 경우 “농식품부의 의견을 들어 생태교란종으로 지정하겠다”는 타협책으로 오고 있다.
현재 왕우렁이 농법 매뉴얼에는 논두렁을 10㎝ 이상 높이는 한편 논두렁에 1m 높이의 그물망을 치고, 물꼬나 배수구에도 그물망을 쳐 이탈을 방지하라는 권고사항이 있다. 그러나 그 권고사항이 잘 지켜지고 있지 않은데다, 불이행 시 제재하는 기준이나 규정이 없다.
홍수 시에도 왕우렁이가 쉽게 이탈하지 않는 적지 선정기준, 의무교육 이행, 이탈방지시설 기준, 이탈한 왕우렁이에 대한 처리방안 등을 명시한 ‘왕우렁이 농법 시행지침’을 만들어야 한다. 환경부도 방관자적 입장을 벗어나, 농수산식품부와 소통하면서 대책 마련을 하지 않으면 후회와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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