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
독불장군 휘발유 값 |
홍창의 관동대 경영대학 교수
작년부터 기름값 상승세가 두드러지더니, 최근 휘발유 값이 100일 동안 계속 오르고 있다. 국제 원유 값이 3년 전 147달러일 때나 90달러인 지금이나 국내 휘발유 값은 비슷하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세금 변동, 환율 요인, 국제 휘발유 제품가 인상 등의 변명이 있지만,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고개만 갸우뚱한다. 국제 원유 값이 크게 떨어질 때는 매우 천천히 소폭으로 내리더니 반대의 경우에는 급속도로 대폭 올린다는 생각뿐이다. 과거 통계를 보면, 소비자들의 감이 그리 틀리지는 않는다. 원유 값의 인상 폭이 둔화됨에도 국내 휘발유 값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고, 원유 값의 인하 폭이 커짐에도 국내 휘발유 값의 인하 폭은 보합세를 유지한 적이 있다. 원유 값과 상관없이, 국내 휘발유 값은 스스로 오르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런 사실들을 너무도 잘 알지만 섣불리 거론하기 어렵다. 문제의 핵심은 국내 소비자가격 결정이 공급원가 기준이 아니라 수요 상황에 따라 움직이는 제품가격 기준이라는 얘기다. 마치 소비자는 경매시장에 몰린 형국이다. 사실 이런 불합리한 상황 아래서 원유 값과 국내 소비자가격을 비교하는 자체가 모순이다. 국내 휘발유 값은 국제 휘발유 값에 기준을 두기 때문에 원유 값과 비교하여 얘기하는 것은 잘못된 지적이 되고 만다.
과거에도 기름값 잡는다고 정부가 여러 번 나섰지만 허탕이었다. 문제의 핵심은 접근하지 못하고 변죽만 울리다 그만이다. 정부는 이런 의문들을 가졌으면 한다. 정유사가 싱가포르에서 국제 휘발유 값으로 물건을 사다가 우리나라에 파느냐고? 아니지 않은가? 중동 등 각지에서 원유를 수입하여 국내에서 휘발유로 정유해서 팔고 있지 않는가? 원가는 원유 값에 기준을 두어야지 왜 국제 휘발유 값에 기준을 두느냐고 따져볼 문제다.
그동안 국내외의 큰 이슈들에 모두가 정신이 팔려 있는 사이, 휘발유 값은 독불장군이 된 게 아닌가 하는 노파심이 든다. 국내 휘발유 값이 국제 원유 값에 비해 대략 3배 정도로 비싼 주된 원인은 너무 과도하게 부과되는 유류세 때문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유류세 이외의 다른 요인이 있는지를 확인하려면 비교 대상이 일치해야 한다. 한쪽은 국제 원유 값을 이야기하고 한쪽은 국제 석유 값을 언급하면, 동문서답만 되풀이된다.
기름값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이번에야말로 정부가 제대로 된 전문가들로 팀을 구성해서 국제 원유 값과 국내 휘발유 값이 합리적으로 연동화될 수 있도록 중재 구실을 확실히 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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