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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1.21 20:29 수정 : 2011.01.21 20:29

진정일 고려대 명예교수 IUPAC 전 회장

2011년은 유엔이 정한 ‘세계 화학의 해’(IYC, chemistry2011.org)이다. 국제순수·응용화학연맹(IUPAC·아이유팩)의 전신인 국제화학회연합(IACS)이 창립한 지 100돌이자, 마리 퀴리가 노벨화학상을 받은 지 100년이 되는 특별한 해다.

이를 기념해 세계 화학계의 연합체인 아이유팩은 유네스코와 더불어 올 한해 동안 “화학-우리의 생명, 우리의 미래”라는 기치 아래 여러 행사를 연다. 지구촌의 화학 관련 단체들도 이에 동참해 세계 각지에서 다채로운 행사와 축제를 열 준비를 하고 있어, 세계 화학인의 마음은 벌써부터 설렌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한화학회가 정부 지원을 받아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화학의 해 공식 선언식은 오는 28~29일 프랑스에서 열리며, 12월에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마무리 기념식이 열린다.

사실, 화학이 인류 발전에 공헌한 몫을 생각하면 물리학의 해(2005), 천문학의 해(2009), 생물다양성의 해(2010) 등에 이은 ‘2011 화학의 해’는 때늦은 감도 있다. 화학 지식·기술과 화학산업이 인류 생활에 필수적이었으며 21세기 들어선 지속가능 발전이나 녹색기술 개발의 핵심에도 자리잡고 있음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다. 예컨대 신재생 에너지 개발, 환경 정화, 농업과 보건과학과 산업의 발전과 혁명에서도 화학이 동력을 제공하지 않으면 한 발짝의 진전도 이룩할 수 없다. 나노기술과 신바이오 기술도 예외는 아니다. 더 나아가 우리 몸을 비롯해 우주의 모든 구성체가 원소와 화합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것들의 변화에는 화학 작용과 반응이 지배한다는 사실만 생각해도 화학의 중요성은 금세 알 수 있다. 우리 주위에 화합물 아닌 것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화학에 대한 일반의 인식은 지난 세기 후반부터 급격히 나빠져 왔다. 대기 오염을 비롯해 환경 파괴의 주범이자 전쟁 수단의 지식과 기술을 제공한 분야로 지탄을 받아왔으며, 독성 물질의 제조 공급자로 대중매체의 머리기사를 장식해왔다. 이런 비판에는 공정치 못한 점도 많지만 거기에는 화학인들이 반성할 점들도 많다. 화학을 바라보는 일반의 인식이 이렇게 나빠진 것은 현실이며 그런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화학인이 모두 다 양심적이며 지속적인 개선의 노력을 설득력 있게 펼칠 때에만 가능하리라고 본다. 그러므로 아이유팩과 유관 단체들이 ‘화학의 해’를 일회성 기념행사로 치르는 데 만족하지 않고 시민과 청소년들에게 화학이 가는 길을 제대로 보여주며 옛 이미지를 개선하려고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과거의 비슷한 여러 국제 기념행사들이 제 목적을 다 이루었는지도 돌아봐야 한다. 화학인의 목소리가 시민과 청소년 안에 파고들어갈 수 있는지, 일방적이지 않고 쌍방향의 참여가 이뤄지는 형식과 내용을 갖추었는지, 정보가 누구에게나 쉽게 접근 가능한지, 또 공명 없는 화학자만의 잔치로 그칠 것인지 미리 따져보아야 한다.

국내 화학산업은 제조업 총생산의 약 15%, 고용의 12%, 총수출액의 10여%를 차지한다. 미래 바이오와 소재, 정보기술 분야의 산업기술에도 화학 지식·기술은 중심에 있다. 우리나라의 석유화학 산업은 세계 5위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으며, 녹색기술 개발에 화학은 중추 구실을 할 정도로 ‘화학의 녹색화’도 이뤄지고 있다. 올해 화학의 해가 화학인의 사회 인식과 일반인의 화학 이미지를 동시에 개선하는 계기가 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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