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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1.14 21:07 수정 : 2011.01.14 21:07


매번 지면서, 손해를 보면서 그렇게 욕을 먹으면서도 똑같은 모습으로 싸우게 되는 노동자들의 마음을 생각한다

부산 한진중공업이 정리해고 대상자를 전격 통보했다. 생산직 노동자 1100여명 가운데 290명. 사실상 ‘희망’인 경우가 드문 희망퇴직자 82명까지 포함하면 3명 중 1명이 해고됐다. “선박수주가 이뤄지지 않아 5월이면 일감이 떨어지고 인력 구조조정을 중단하는 것은 영도조선소를 포기하는 것”이라는 회사 쪽의 주장은 ‘사실’일 수 있다. 하지만 “한진중공업은 경영상의 이유로 정리해고를 한다면서 경영의 책임을 져야 할 사내 이사에게는 작년 9월까지 1인당 1억9900만원의 연봉을 지급했다.”(민주노동당 대변인 우위영)는 것도 거짓은 아닐게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굴지의 기업 ‘한진중공업’이다. 3분의 1이나 되는 규모로 노동자를 해고하지 않는다고 과연 회사가 쓰러질 것인가? 하물며 수주가 이뤄지지 않았다 한들, 그것이 배 만드는 노동자들의 잘못인가? 아니면 그렇게밖에 경영을 못한 경영진의 잘못인가? 일방적으로 잘잘못을 따질 수 없다면 일방적으로 노동자들만 내버리는 행위도 결코 옳다고는 못할 것이다.

뉴스에선 하루가 멀다 하고 노동자들의 파업, 투쟁 소식을 전한다. 그 중 대부분은 ‘무시무시한 노조’의 양보로 끝이 난다. 언론에선 언제나 ‘극적타결’ 운운하지만, 돋보기를 대고 들여다보면 결국 사측은 잃은 것이 별로 없다. 그 쥐꼬리만 한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노동자들은 파업으로 일손을 멈춰야 하고, 길바닥에 앉아 푹푹 찌는 더위나 폐부를 얼리는 추위에 노출돼야 하고, ‘시민과 국가경제의 발목을 잡는 떼쟁이’로 여론몰이 당하기도 한다. 때로는 경찰이나 용역들에게 얻어마자 피를 흘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대개는 노조지도부가 체포되거나 무더기 손해배상으로 인해 넝마 같은 상태로 싸움이 끝나곤 한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매번 고생하고 대부분은 그 고생에 대한 보답을 받지 못하는데도 어째서 노동자들의 파업, 투쟁은 끊이지 않는 걸까? 매번 지는데도 어디선가 똑같은 모습으로 똑같은 상황이 연출되는 이유는 뭘까? 언제나 손해 보는 모습을 보면서도, 그렇게 욕을 먹으면서도 싸우게 되는 노동자들의 마음은 어떤 걸까?

어쩌면 차별받지 않고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그들의 외침은 인간의 본성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는 이 끊임없는 반복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싶다. ‘무노조경영’의 신화 삼성에서 ‘말없이’ 일하는 노동자들에게서, 지금도 싸우는 홍익대, 프레스센터 등의 미화노동자들에게서, 그 외 노동의 사각지대에 놓인 수많은 노동자들에게서, 본성을 거스른 울분이 가득 차올라 있을 것이다.

한진중공업 해고자이자 <소금꽃 나무>의 저자이기도 한 김진숙(민주노총 부산,양산지부 지도위원)씨가 지금 35m 높이의 타워크레인에 올랐다고 한다. 이 ‘85호’ 타워크레인. 2003년 고 김주익 당시 한진중공업 지회장이 129일 간 농성을 하다 목을 매었던 바로 그 크레인이란다. 부디 잘 해결되길 바라고 또 바란다.

오원주 서울 광진구 자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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