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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1.14 21:04 수정 : 2011.01.14 21:04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권력을 감시하는 프로그램에 딴지를 걸려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럴 바엔 해체하는 편이 낫다

우리나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님들께 혹시 심의를 검열로 오해하고 계시지는 않는지 여쭤보고 싶다. 최근 방통심의위가 한국방송 <추적60분>의 ‘천안함 의혹, 논란은 끝났나’ 편에 대해 중징계에 해당하는 ‘경고’ 제재를 의결한 것은 방통심의위 위원들이 심의를 검열로 오해 않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만든다. 특히 그동안 문화방송 의 ‘광우병’ 편과 ‘4대강’ 편, 그리고 최근 한국방송 <추적60분>의 ‘천안함 의혹, 논란은 끝났나’ 편 등 유독 현 정부의 정책에 비판적인 내용을 다룬 시사 프로그램들에 대해서 중징계 결정을 내린 점은 방통심의위가 심의를 검열로 잘못 오해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확신으로 바뀌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다.

이번에 방통심의위로부터 ‘경고’라는 중징계 처벌을 받은 한국방송의 <추적60분> ‘천안함 의혹, 논란은 끝났나’ 편은 정부합동조사단의 천안함 조사보고서를 둘러싼 의혹과 논란에 대한 심층취재를 통해 천안함 조사보고서가 갖는 의문점들을 하나하나 따져보는 내용으로 제작됐다. 즉, 정부가 발표한 천안함 조사보고서가 제대로 작성됐는지 검증하는 이른바 권력에 대한 감시 구실을 했던 것이다. 권력기관에 대한 감시 기능은 언론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이다. 국민들의 알권리를 위임받아 사회적으로 권력을 가진 집단(예컨대 정치, 경제, 사회 권력기관)들에 대한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당하는 것이다.

그런데 방통심의위는 <추적60분>의 ‘천안함 의혹, 논란은 끝났나’ 편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9조(공정성)와 14조(객관성)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정말 그랬을까? 한번 따져보자. 방송의 공정성은 방송 프로그램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사건의 진실을 객관적으로 보도하는 것을 말한다. <추적60분> ‘천안함 의혹, 논란은 끝났나’ 편은 정부의 천안함 보고서에 대해 과학적인 실험과 취재, 그리고 전문가 인터뷰 등을 통해 보고서를 둘러싼 의혹과 논란에 대해 하나하나 심층적으로 검증했다. 한쪽으로 치우쳐 일방적으로 보고서를 악의적으로 헐뜯은 것이 아니다. 전문가들과 함께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검증 과정을 통해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점들에 대해 따져 본 것이다. 이것이 어떻게 공정성에 위배된다는 말인가? 정부의 보고서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점을 과학적인 검증과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심층취재를 통해 밝혀낸 것이 왜 방송의 공정성에 위배된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공정성과 객관성에 문제가 없음에도 방통심의위가 <추적60분>의 ‘천안함 의혹, 논란은 끝났나’ 편에 대해 무리하게 중징계 결정을 내린 것은 납득할 수 없다. 마치 방송심의라는 수단을 이용해 언론의 정상적인 권력 감시 기능을 위축시키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만약 그런 의도가 조금이라도 숨어 있다면 이는 언론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반민주적인 행태로 방통심의위는 당장 해체돼야 한다.

방송심의는 절대로 언론자유를 침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방송심의는 언론자유를 보호하고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언론기관이 정부를 포함한 권력기관에 의해 영향을 받아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를 하지 않을 때, 이를 감시하고 시정하도록 명령하고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존재하는 것이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취재를 통해 권력기관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프로그램에 딴지를 걸라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방통심의위 위원들은 명심하기 바란다. 이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본래의 역할에 충실하기를 바란다.


최진봉 미국 텍사스 주립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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