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1.12 11:04
수정 : 2011.01.12 11:04
영구 심형래의 잘못은
다 격려해줘야 하는가?
왜 어설프고 질이 낮다고
이야기하는 게 잘못일까?
심형래 감독의 영화 <라스트 갓파더>가 지난해 말 개봉되어 극장가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영화를 향한 그의 꾸준한 도전 의식이 영화 외적으로도 충분히 드라마틱해서 그의 영화는 작품의 질 이상으로 훨씬 이슈가 되는 느낌이다. 그런데 영화감독으로서의 심형래는 스스로 이슈메이커가 되길 주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심형래는 지난 한달 동안 엄청난 횟수로 텔레비전과 신문에 노출되었다. 그의 노출 횟수는 일반적인 영화 홍보를 위해 나온 여타 감독들의 횟수를 배 이상 압도하는 수치였다. 그리고 그 홍보에서 그는 예전과 같이 자신의 드라마틱한 인생극장을 익살스러운 어투로 풀어냈다. 그의 이야기에선, 한 시대를 풍미한 코믹 캐릭터 영구가 할리우드에 당당히 도전하는 외로운 영화감독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흥미롭게 변주되었다. 이번에도 2007년 <디워> 때와 마찬가지라는 인상을 강하게 주었다. 다만 그 소재가 공룡에서 영구로 치환되었을 뿐이다.
심형래의 영화 홍보는 열등적인 국면에 놓인 사람들을 심각하게 자극한다. 그의 성공 신화와 자신을 마이너로 투사하는 행위 등은 이성적인 가치 판단의 기능을 마비시킨다. 언론이나 비평가들조차 그에 대해서 쉬쉬하는 형국이다. 그가 도전하고 있는 이 위대한 과정에 감히 누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이상한 대중적 합의 때문이다. 하지만 난 도대체 심형래의 어설픈 코믹 영화에 대해서, 그것이 어설프고 질이 떨어진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왜 잘못인지 모르겠다. 다른 영화처럼 잘못된 점에 대해서 냉정하게 보고, 이야기해주는 것이 감독 심형래에게도 진정 도움이 될 만한 일일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여전히 그는 영화감독답지 않게 자신의 영화보다는 인간 심형래를 이야기한다. 이야기가 지나쳐서 심형래로 선전·선동한다는 느낌마저 줄 정도이다. 하지만 이렇게 인간 심형래를 선전하는 행위가 감독으로서 적절한지 의문이다. 일단 왜 영화감독이 자신의 영화를 영화인의 시선으로 객관적으로 보려고 하지 않을까? 심형래의 말대로라면 영화판은 자신의 잘 만든 영화조차 자신이 아동 영화, 괴수 영화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제대로 평가해주지 않는 비이성적인 장이다. 그런데 과연 그러한지 따져 볼 일이다. 심형래의 <용가리>, <디워>, <라스트 갓파더>까지 과연 잘 만든 영화였는지 심형래는 자신의 영화 감식안부터 조정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어찌 되었든 간에 영화를 만들어 나왔으면 그 작품에 대해서 감독이 코멘트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영화를 찍으며 고생한 이야기, 한국의 코믹 캐릭터가 미국 할리우드에 진출한다는 이야기는 작품을 논하고 난 다음에 부수적으로 하면 될 이야기이다.
배급의 측면에서도 심형래의 작품들은 이미 거대 배급사와 결연되어 있는데도 자신을 왜 자꾸 마이너 그룹으로 설정하는지 의심스럽다. 어떤 마이너가 연말연시 극장가에 이토록 많은 상영관을 확보한단 말인가?
신승건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정발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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