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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1.30 20:43 수정 : 2010.11.30 20:43

반G20 운동은 철저히 실패다
글로벌-로컬의 이분법을 깨고
폴리스라인을 넘어서는
상상력과 전략을 고민하자

1999년 11월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 각료회의에 맞서 5만명이 참가한 대규모 반세계화 시위인 ‘시애틀 투쟁’으로부터 11년 후, 2010년 11월11일 서울역에서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비판하는 G20대응민중행동 집회가 열렸다. 집회는 국내 시민단체 및 노조, 시민들과 외국 활동가 5000여명이 참가하여 “STOP G20”, “4대강 반대”, “한미 FTA 반대” 등 다양한 의견의 팻말들을 흔들었다. 집회를 주도한 ‘민중행동’은 이번 집회를 통해서 “꺾이지 않는 투쟁의 열기를 확인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필자는 이번 반G20 운동은 실패였다고 본다.

실패의 주원인은 이명박 정부다. 정부는 초법적인 경호안전특별법을 가동하고,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의 G20 회의 미디어센터 접근을 차단했다. 외국 활동가들의 입국을 금지하고, 정상회의가 열리는 코엑스 주변에 방호벽을 설치하는 등 갖가지 수단을 통하여 쥐새끼 한 마리도 얼씬거리지 못하게 한 것이다.

그런데 실패의 원인은 국가뿐만 아니라 저항의 주체들에게도 있다.

필자는 민중행동이 글로벌-로컬 이분법의 인식론에 갇힌 것도 실패의 주요 원인이었다고 진단한다. 글로벌-로컬 이분법이란 초국적 기업의 최고경영자나 국제기구 관료처럼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행위자들은 장소의 제약을 받지 않는 능동적 주체로 인식하는 반면, 국경 안 지역이라는 특정 장소에 뿌리내린 시민·노동조합은 글로벌 행위자들의 영향을 일방적으로 받는 수동적 객체로 인식하는 것을 일컫는다.

애당초 민중행동은 서울역에서부터 G20 정상 만찬이 예정된 용산 국립중앙박물관까지 시위할 예정이었다. 민중행동이 신자유주의, G20의 죽음을 상징하는 꽃상여를 메자 경찰과 충돌이 있었지만, 결국 시위행렬은 국가가 설정한 폴리스라인 안에서 평화롭게(!) 이루어졌다. 중앙박물관을 600여m 앞둔 남영역에서 시위행렬은 꽃상여를 태우면서 집회는 종결됐다.

즉, 폴리스라인을 넘어서지 못한 상황에서 신자유주의와 G20의 죽음을 상징하는 꽃상여를 서둘러 태움으로써 G20 회의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하고, 국가가 설정한 시공간 안에서 잠깐 달콤한 자위를 즐겼을 뿐이다. 시애틀 투쟁에서는 반세계화 운동세력들에 의하여 회의장 입구가 봉쇄되면서 비록 일시적이지만 세계 정상들에게 상당한 정치적 압박을 준 선례가 있다.

따라서 앞선 사례에 비춰봤을 때 이번 반G20 운동은 철저한 실패다. 일각에서는 최근의 경제위기로 신자유주의의 죽음을 서둘러 단정하는 움직임도 있다. 하지만 진보적 성향의 지리학자 제이미 펙은 신자유주의가 상당한 타격을 받았음에도 여전히 꿈틀거리고 위협적이라며 이를 ‘좀비 신자유주의’라고 지칭했다. 민중행동이 신자유주의를 상징하는 꽃상여를 태우는 의식을 한다고 해서 신자유주의가 쉽게 죽지는 않는다. B급 영화에서 보듯이 좀비를 박멸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주기도문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도끼를 들고 한번이라도 더 좀비의 목을 부지런히 내려치는 것이다.

앞으로 한국 사회가 신자유주의 세계화로의 공간 재편이 심화될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G20 회의는 그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일 뿐이다. 앞으로 글로벌-로컬의 이분법적 인식론을 깨고 폴리스라인을 넘어서는 상상력과 전략을 고민하지 않는다면 2010년 11월11일은 그저 빼빼로데이로만 기억되고, 거리는 민중이 아닌 좀비들로 가득 찰 것이다.


황진태 서울대 지리교육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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