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
[왜냐면] 트렁크에 태워진 할아버지 |
얼마 전 친구와 서울 근교에 드라이브를 다녀왔다. 동장군이 한발 물러서준 덕분에 따뜻했던 11월의 날씨가 기분 좋은 주말이었다. 운전에 집중하는 친구의 옆자리에서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마음의 여유를 찾고 있던 차에 친구가 나를 급하게 불렀다. 당황한 모습이 역력한 내 친구는 눈짓으로 앞차를 가리키고 있었다. 친구의 반응을 따라 앞차를 보니 노인요양원이라고 분명하게 쓰여 있는 차 뒤의 트렁크에 노인 한분이 쪼그려 앉아 차가 움직일 때마다 이리저리 부딪히고 있었다. 백발이 성성한 노인의 표정은 생기도 없어 보였다. 조그마한 트렁크에 한껏 몸을 구부려 앉은 노인의 머리는 계속해서 뒷유리에 부딪히기 일쑤였다.
나는 신문 면에서도 사회복지, 그중에서도 노인들에 대한 기사를 항상 유심히 봐왔다. 사실 요새 요양원들의 복지와 청결 문제로 사회가 꽤 시끄러웠다. 화재사고도 있었다. 억지 봉사활동자 혹은 몇몇 사회복지사들의 배려 없는 손길로 인해 나타나는 불편은 오롯이 요양원의 주인인 노인들의 몫이었다. 물론 여타 훌륭한 요양소들을 간과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가 바라는 건 모든 노인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고 사는 사회이다.
세상의 모든 노인들은 우리의 부모님이고 우리의 미래 모습이다. 사진에 보이는 노인의 가족이 이러한 상황에 처해 있는 모습을 알게 된다면, 우리의 부모님이 저런 대우를 받고 있다면 가만히 참고 있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작은 관심으로 사회 변화를 이끌 수 있는 글의 힘을 믿으며 이 어이없는 모습에 아픈 마음을 달래본다.
최현정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4학년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