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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24 17:17 수정 : 2005.06.24 17:17

미국은 한국전쟁을 통해 경제·정치적 위기를 타개했고, 일본은 횡재를 해 재건에 성공했다. 미국과 우방이 나서 우리를 구했지만, 그 반대로 한국전쟁이 미국과 일본을 구했다는 논리도 성립되는 것이다.

다시 ‘6·25’가 왔다. 한국전쟁이 휴전된 지 반세기가 넘었다. 세계적 탈냉전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에는 아직도 북핵 문제를 비롯해 냉전의 잔재들이 남아 있다. 북미간 적대 관계로 말미암아 한반도에 새로운 전쟁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게 되었다. 다행히 지난 주 평양에서 열린 6·15기념통일축제를 통해 김정일 위원장과 정동영 장관의 면담이 이루어졌다. 면담에서 김 위원장은 핵문제 해결,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 개선에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6자 회담 복귀 의사도 분명히 했다.

6·25를 맞아 되돌아보면, 6자 회담 참가국들은 모두 한국전쟁에 직·간접으로 참여한 핵심 당사국들임을 알 수 있다. 전쟁은 남북간 갈등으로 인해 빚어졌지만 동시에 미국과 소련, 미국과 중국 사이의 전쟁이기도 했다. 일본도 미국의 병참기지로서 중요한 몫을 맡았다. 이런 의미에서 6자 회담은 반세기 전 한국전쟁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한국전쟁을 제대로 끝냈다면 북핵 문제나 북미간 적대 관계도 없었을 것이다.

북한은 조만간 6자 회담에 복귀할 것이지만, 문제는 회담 재개 이후의 성과 여부다. 실질적 성과를 내려면 남북이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하는 동시에 미국과 일본이 더욱 전향적인 태도로 회담에 임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국전쟁의 최대 수혜자인 일본과 가장 상처를 크게 입은 미국과 북한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일본이 빚을 갚고 미국과 북한이 서로의 구원을 씻어야 핵문제와 한반도 냉전 구조가 해소된다.

50년 전 한국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한반도였다. 그러나 “한국전쟁이 세계를 구했다”고 할 정도로 한국전쟁이 당시 세계 질서에 미친 영향도 만만찮았다. 한국전쟁이 나기 전인 1940년 말 세계 질서는 한마디로 위기였다. 제2차 세계대전에 의한 주요 선진국들의 인적·물적 피해는 엄청났다. 패전국은 말할 것 없고 승전국들도 사정이 좋지 않았다. 자본가들은 물적 토대를 잃었고, 패전국 국가들은 정통성 위기에 시달려야 했다.

이런 국면에 한국전쟁이 발발했다. 바로 ‘한국전쟁 붐’이 일어났다. 한국전쟁을 계기로 미 국경제가 즉각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원자재 가격의 폭등으로 세계 경제도 상승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미국은 전후 세계 질서 구상인 유럽과 일본의 부흥 계획도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군수물자 조달을 통해 유럽과 일본에 막대한 달러가 흘러 들어갔다. 이른바 ‘달러 격차’ 문제도 해소되었다. 일본은 한국전쟁 특수를 누렸다.

이렇듯 한국전쟁은 1940년대 말 위기에 처한 세계를 구하는 데 중요한 몫을 맡았다. 미국은 경제·정치적 위기를 타개했고, 일본은 횡재를 해 재건에 성공했다. 냉전체제의 공고화에 따라 정치 불안도 해소되었다. 미국과 우방이 나서서 우리를 구했지만, 그 반대로 한국전쟁이 미국과 일본을 구했다는 논리도 성립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한반도가 당면한 위기를 해소하는 데 미국과 일본이 적극 나서야 하며, 그것도 지금과 같은 소극적 방식이 아니라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논리도 성립된다. 그 논리에 따라 6자 회담의 성공을 위해서도 일본의 적극적 역할과 미국의 전향적 자세를 요구할 수 있다. 이제 한국전쟁을 진정으로 끝낼 때다.

이수훈/경남대 북한대학원·국제정치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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