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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1.19 21:04 수정 : 2010.11.19 21:07

정부가 싼 약을 사도록 부추깁니다
약품의 반강제적인 변경으로
발생할 건강위협에 대해서도
정부가 보상해줄 수 있을까요

지방대에 근무하는 의대교수로서 현 정부가 밀어붙이는 저가구매인센티브제도(시장형 실거래가제도)의 문제점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병원의 약품은 국가가 정해 놓은 약품 보험급여 가격에 따라 도매상이 입찰을 하면 병원이 이들 중에서 적절한 것을 선택하면서 들어옵니다. 그동안 정부는 고시한 보험가격과 구매가격 사이에 발생하는 차액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아왔습니다. 최근엔 보험에 고시되어 있는 약물을 병원이 저가로 구매한다면 그 차액의 70%를 해당 병원에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저가구매인센티브 정책을 시행중입니다.

당연히 이러한 전제는 여러 잘못된 가정이 있습니다. 정부 스스로 지금까지의 보험 약가 정책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입니다. 의사와 제약상 간의 검은 유착이 있어왔다는 전제를 하고 시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울러 국가가 고쳐나가야 할 보험 약가 정책을 결국 각 병원에 떠넘겨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제가 우려하는 바는 이런 식으로 병원에 들어온 약품의 효과와 부작용입니다. 11월이 되어 저희 병원에서는 많은 약이 갑작스럽게 바뀌었습니다. 시행 며칠 전에 약품 변경에 대해 통보를 받았습니다. 아마 다른 대학병원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을 겁니다. 이렇게 밀어붙이듯이 시행된 약품의 변경은 환자들에게는 큰 혼란을 주고 있으며, 진료하는 의사로서 약품의 효과와 안전성에 의문을 품게 합니다.

정부는 늘 오리지널 약이든 제네릭 약(오리지널 약물과 동일한 성분의 복제약)이든 효능이 동일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임상에서 처방을 해보면 오리지널 약과 제네릭 약 간에 효과나 부작용 면에서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제네릭 약물끼리도 이러한 차이가 발생합니다. 과연 정부가 이렇게 과열경쟁을 뚫고 최저가로 들어온 약물의 효능과 안전성을 자신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성분이 같은 여러 제약회사의 약물이 진짜 동일한 효능과 안전성을 보인다는 제대로 된 증거를 아직 정부가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약품의 안전성을 결정하는 요인으로는 약물 자체의 부작용이 있을 것이고 약물이 기대한 효능이 미치지 못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을 들 수 있습니다. 자살 위험이나 타인을 해할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ㄱ이라는 약물로 치료하여 환자의 마음을 겨우 진정시켜 놓은 상태에서 제대로 비교검증되지 않은 ㄴ이라는 약물로 갑자기 바꾼 다음 극단적인 사건이 발생했을 때 과연 누가 그 고귀한 생명을 책임질 수 있는지요? 제가 너무 극단적인 예를 들었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경우 이외에도 간질, 치매, 고혈압, 당뇨, 위궤양, 암 등을 치료하는 수많은 약물을 생각한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과연 약품의 반강제적인 변경으로 발생할 건강위협에 대해서도 정부가 보상해줄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정부는 이러한 제도를 갑자기 밀어붙여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몰고 가기 전에 이러한 문제에 대해 정말 진지하게 고민했는지를 반문해야 합니다. 명확한 근거자료를 제시하여 국민을 안심시켜야 합니다.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지 않으면서 보험 재정을 개선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이 있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박태원 전주 덕진구 인후동1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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