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11.17 09:40
수정 : 2010.11.17 09:40
마치 대형마트 한 진열대에서
상표가 다른 물건을 고르는 느낌
복잡한 수시전형을 앞두고
일선교사로서 분노가 치민다
2011학년 대입수시입학전형이 한창 진행중이다. 최종합격자를 발표한 학교도 있지만 아직은 면접 또는 논술고사와 수능최저등급을 적용해야 합격이 확정되는 곳이 대부분이다. 입시자율화라는 명분으로 대학마다 차별화된 입시 내용을 만들어 내는 바람에 학생, 학부모는 물론 일선교사마저 어리둥절하다.
무슨 전형이 그렇게 많은지, 이름도 어찌나 다양한지, 마치 대형마트 한 진열대에서 상표가 다른 물건을 고르는 느낌이다. 수험생이 수시 지원 대학을 고르는 것 역시 유명한 브랜드(?)에 눈길이 먼저 간다. 전형료만 더 들이면 어디든 지원이 가능하므로 가급적 한번 해보고 싶다. 비록 결과가 안 좋다 하더라도 한번 지원해보고 싶다. 그래야 나중에 후회가 없을 것 같다.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교사 입장에서 그런 학생에게 너는 안 되니까 지원해도 소용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더구나 내신이 애매한 경우는 그해의 지원자 성향에 따라 합격 여부를 가늠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래서 지적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 첫째, 수시 지원 자격을 강화해달라는 것이다. 가령 종합 내신 몇 등급 이상, 아니면 교과 우수상 몇 개 이상. 이런 식으로 지원 자격을 미리 정해주면 이렇게 혼란한 상황을 막을 수 있다. 9월부터 시작되는 수시접수 이후에는 수능준비에 몰입하기 힘들 정도로 학교 현장은 혼란스럽다. 복권 사는 일도 아닌데 원서를 많이 접수한 아이들은 이때부터 본인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에게까지 소모적인 신경전을 벌이게 한다.
둘째, 구비 서류는 1단계 합격자에게만 요구하라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하는 학교도 있지만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입학사정관이라는 이름으로 1단계에서부터 너무 많은 서류를 요구한다. 자기소개서, 추천서, 증빙서류까지 너무 많다. 잘사는 동네(?) 아이들은 부모가 다 챙겨줄 역량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렇지 못하고 모든 것을 학교에 의존하는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에서는 교사들은 죽어난다. 나 역시 추천서 쓰기와 자기소개서 지도 조언과 대학이 요구하는 서류 양식을 갖춰주느라 녹초가 되어버린 상황이었다. 어차피 성적으로 1단계를 뽑는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인데 왜 그렇게 많은 것을 요구하는가. 정말 묻고 싶다. 그 많은 서류들을 얼마만큼 꼼꼼히 읽어보고 객관적인 판단을 했는지를.
셋째, 2배수 이상은 뽑지 말라는 것이다. 대학 쪽에서는 정원을 채우기 위해 불가피한 것이라 하지만 수험생에게는 혹시 하는 요행심이 생긴다. 수시에 채우지 못하면 수능 점수로 정시에서 선발하면 되지 않는가. 수능을 그렇게 강조하고 국가 차원에서 <교육방송>(EBS) 교재에서 70%를 출제한다고 선포하여 그 많은 교재를 사게 하고 공부시키고 있다. 수시에 인원을 거의 채우려고 한다면 내신 관리를 못해서 오로지 수능에 전념하는 수험생들의 기회를 그만큼 박탈하는 것이 아닌가.
오죽하면 입시전쟁이라는 말이 생겼겠는가. 이런 과열 현상 하나 제대로 막지 못하면서 교과부는 늘 학교와 교사를 감시하고 평가하는 일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안타깝다 못해 일선교사로서 분노가 치민다.
김필임 부산 문현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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