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왜 그토록 아프리카의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하는가
중국 또한 쏟는 정성이 대단하다
아프리카와 뜨겁게 손을 잡자
21세기에는 제3세계 국가들의 경제적·정치적 영향력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 국가들의 시장 발전성과 자원개발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얼마 전 필자는 미국의 한 유력 재단에서 주최한 ‘아프리카정책포럼’에 다녀왔다. 아프리카와 미국 대륙의 교류 증진을 위한 ‘21세기 비전’이라는 이름으로 애틀랜타에서 열린 이 행사에는 오바마 정부의 아프리카정책담당 고위직은 물론 셰브런, 코카콜라 등 유명기업, 흑인 유명연예인들과 정치인들, 그리고 미국 내 아프리카봉사단체들과 비정부기구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번 행사는 미국 내 유수 기업들이 지원하고 미국 공익재단이 아프리카 대륙의 여러 국가의 다양한 이슈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실제 한 기업은 포럼행사 중 미화 100만달러를 그 자리에서 재단에 기부하기도 했다. 포럼 행사에서 미국 쪽은 정부 차원의 아프리카의 경제발전과 사회안전, 빈곤퇴치 등의 지원에 대한 기본적 안건은 물론 지역사회의 도서관, 대안학교, 물 부족과 식수오염 문제, 말라리아 예방 등과 같은 작은 영역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비정부기구와 봉사단체들의 다양하고 실제적인 협력방안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왜 미국은 아프리카의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하는가? 인도적 차원이라는 세계주도국으로서의 선행의 이면에 바로 아프리카 시장이 지닌 잠재적 경제가치 때문이라는 것은 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비유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150여년 전 노예제도 유지를 위해 아프리카인에게 저지른 악행과 근대 자원쟁탈의 비행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미국은 백인을 앞세워 아프리카와의 협상을 시도하지 않는다. 대신 미국 내 흑인들을 통해 아프리카와의 화해와 교류를 꾀하고 있다. 이미 아프리카는 미국의 아프리칸-아메리칸들을 그들의 형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같은 것이라곤 피부색일 뿐 철학과 문화가 완전히 다르고, 생각과 습관, 가치관은 물론 언어까지 다른 이방인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이제는 미국 흑인들은 디엔에이(DNA) 테스트를 통해 그들의 아프리카 조상의 뿌리 찾기 운동까지 하고 있다. 어떻게 해서든지 과거 노예사냥이라는 악행의 기억을 없애고 우호적인 관계성을 높이기 위함이 아니겠는가.
중국 또한 아프리카에 쏟는 정성은 대단하다. 1990년 중국의 아프리카 교역액은 35억달러에 불과했지만, 2008년에는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 누구보다 먼저 아프리카에 학교를 지어주고 도로를 지어주고 각종 인프라시설을 제공했다. 심지어 그들은 선진국이 그들에게 주는 원조금조차 아프리카 원조를 위해 전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미 잠에서 깨어난 아프리카는 중국 또한 공동의 번영을 위한 그들의 진정한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는다. 포럼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아프리카의 잠재된 자원만큼 수많은 뛰어난 인재들이 아프리카를 이끌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진정성이 없이 자국의 이익만을 취하려는 국가는 ‘공동의 번영’이라는 아프리카와의 21세기적 비전의 파트너가 될 수가 없다. 포럼 토론에서도 주요 이슈가 되었지만 21세기 새로운 도약을 위한 경제성장의 파트너는 이제 미국도, 중국도, 일본도, 유럽도 아니다. 우리는 지금 아프리카와 뜨겁게 손잡지 않고서는 대한민국이 2만달러의 벽을 넘어 3만달러, 4만달러 이상의 선진국으로 도약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얼마 전 항공노선조차 제대로 발달되어 있지 않은 아프리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우리 정부 대표단과 함께 쌍발비행기를 빌려 타고 다니며 풍토병과 안전사고의 위험을 무릅쓰고 아프리카 국가들을 누비고 온 기업인들의 노력에 뜨거운 박수와 찬사를 보낸다. 김성택 경희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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