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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1.12 18:53 수정 : 2010.11.12 18:53

디지털파일은 장애인만을 위해
제공되는 자료로 활용된다
출판계의 전향적 협조와 함께
공동노력과 성찰이 필요하다

지난 10월30일치 ‘백원근의 출판풍향계’는 국립중앙도서관이 디지털 파일의 납본을 종용한다며 비판했다. “건전한 시장질서에 역행하는 비상식을 강제한다”고도 했다. 이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자 한다.

도서관법 제20조에 규정된 “발행도서의 디지털파일 납본”은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소외계층인 장애인들의 도서 접근을 좀더 쉽게 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이다. 장애인들의 지식정보 접근이 절대적으로 어려운 현실 속에서 장애인들에게 좀더 신속히 정보를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점점 커지고 있는 지식정보 격차를 해소해 나가는 방안으로 2009년 3월25일 개정되어 6개월 후인 9월26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법제화되어 이제 1년이 조금 지났다.

대체자료로 신속히 변환하여 제공하는 장애인들을 위한 디지털파일 납본제도가 정착하기까지는 아직 어려움이 많다. 출판계의 어려운 운영 상황과 우려 때문이다. 디지털파일은 소외계층인 장애인만을 위해 제공되는 자료로 활용되므로 출판계의 좀더 전향적인 협조와 함께 모두가 공동으로 노력해 나가는 모습이 절실한 부분이기도 하다.

디지털파일을 요청하고 관리하는 국립중앙도서관은 파일보안을 위한 기술적 조처를 마련하는 등 국가기관으로서 책임 하에 모든 납본·제작과정에 관여하고 있다. 그리고 디지털파일 납본에 대해서 출판계의 의견을 수렴하여 디지털파일 형태에 따라 도서 정가의 5배 내지 7배의 보상을 하고 있다. 지난 1년간 납본제도 시행 결과 금년도 10월 말까지 총 280여개의 출판사에서 1100여종의 디지털파일을 납본받아 이를 장애인이 읽고 들을 수 있는 대체자료로 제작, 지원하고 있다.

이 중에는 학업에 크게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각장애인 대학생을 위한 대학교재도 포함되어 있으며, 장애아동 및 청소년, 일반성인을 위한 교양도서들도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시각장애인들이 공부도 하고 또 일상생활에서도 필요한 도서들을 선정하여 금년도에 1천종 이상을 추가로 납본받아 장애인들을 위해 지원해 나갈 예정이다.

현행 도서관법에는 국립중앙도서관으로부터 디지털파일의 납본을 요청받은 출판사 등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디지털파일을 납본하여야 한다. 그러나 장애인들이 좀더 신속히 보고자 하는 책인데도 납본을 하지 않을 경우 국립중앙도서관은 이를 강제할 수단이 없어 훨씬 긴 시간과 좀더 많은 예산을 투입하여 장애인들이 볼 수 있는 도서로 제작해서 지원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 책을 일일이 스캐닝 하거나 책 내용을 하나하나 입력하여 점자나 음성도서로 제작해야 한다. 책 제작에 소요되는 시간은 훨씬 길어지며 또한 책 내용을 입력하는 과정에서 오타 등도 생겨 일반 인쇄된 책과 비교해서 장애인들이 보는 그 책은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제작예산도 훨씬 많이 소요된다.

이는 국가·사회적으로도 낭비다. 그것이 디지털파일 납본을 위한 법 개정이 이루어진 배경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발행되는 총 출판물은 약 5만종이다. 이 중 일반 인쇄물을 읽지 못하는 장애인들이 볼 수 있는 점자나 음성도서로 제작되어 지원되는 것은 고작 2~3%에 불과하다. 장애인들의 지식정보 접근 기회를 차단하는, 그들에 대한 또다른 차별이다.

선진국에서는 인쇄물을 볼 수 없는 장애인들을 위해 출판사가 오래전부터 무상으로 자진해서 파일기증을 해 오고 있다. 그들은 디지털파일 납본을 법제화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우리도 지식 정보 사회에서 장애인들이 더욱 소외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장애인들에게 지식 나눔의 통로로서 허용된 디지털파일 납본제도가 정착되고 활성화됨으로써 우리 사회가 염려하는 지식정보 격차 문제 해소에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영길 국립도서관 장애인도서관지원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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