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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1.10 08:30 수정 : 2010.11.10 08:30

콘크리트 시설물을 만들어야
시민 품으로 돌아오는 걸까
한강의 마지막 자연섬으로,
보존하면 안 되는 걸까

11월6일치 신문에 실린 박범신 작가의 ‘노들섬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읽고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다. 이 글은 노들섬예술센터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시의회의 ‘발목 잡기’로 사업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박범신 작가는 노들섬에 예술센터가 들어와야 하는 이유를 세 가지 정도로 꼽는다. 첫째는 서울의 다양한 역사와 애환을 품고 있으나 거의 버려지다시피 한 노들섬이 시민 곁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둘째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릴 만큼 세계적인 대도시 서울의 문화적 콤플렉스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문화를 통해 시민들을 위로해야 한다는 것이다.

몇해 전 문화예술단체에서 실무를 맡고 있을 때, 문화예술단체와 환경단체들이 나서서 노들섬예술센터에 대해 반대의 뜻을 내놓았다. 환경단체야 멸종위기종 맹꽁이도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지만, 문화예술계에서 문화시설을 짓는 데 반대한다는 말에 어리둥절해하는 이들도 있었다.

당시에 가졌던 문제의식을 통틀어 꼽자면 모두 다섯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첫째, 행정절차의 부실. 노들섬예술센터 사업은 제대로 된 공청회 한번 진행하지도 않은 채 시장의 아이디어만으로 추진된 대표적인 부실사업이다. 이렇다 할 의견수렴 절차 한번 없이 5000억원이 넘는 예산 투입을 전향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서울시 행정절차가 놀라웠다.

둘째, 시대착오적인 전시행정. 대형 랜드마크를 통해 도시 이미지를 개선하고 시민들에게 문화적 혜택을 주겠다는 발상 자체가 이제는 낡은 것이다. 오히려 당시 여론조사를 통해 나타난 시민들의 인식은 대형 문화시설보다는 소규모 문화공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셋째, 생태환경에 대한 무지와 오만. 멸종위기종이 사는데다 한강의 마지막 자연섬으로 높은 생태적 가치를 지닌 곳을 단지 건물이 들어설 빈 땅으로만 생각하는 그 단순함이 경악스러웠다.

넷째, 입지 문제. 노들섬은 홍수 때마다 섬의 일부가 잠겨 건축부지를 확보하기 어려운 곳이다. 게다가 한강대교 구간이 현재도 출퇴근 시간 상습정체구역이다. 예술센터로 인한 교통 문제는 주변 시민들에게 큰 고통이 될 것은 뻔한 일이다.

다섯째, 문화예술생태계에 대한 고려. 2004년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은 서울시 동남권과 동북권의 문화생태계 연계를 위해 뚝섬을 오페라하우스 설치 지역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왜 노들섬인지에 대한 근거제시 하나 없이 시장 지시라는 이유로 그대로 지역을 바꿔 내리꽂아 버렸다.

5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이 중 어떤 것도 이렇다 할 해결방안을 마련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없다. 콘크리트를 들이부어 인공시설물을 만들어야만 노들섬이 시민들 품으로 돌아오는 걸까. 한강에 남은 마지막 자연섬으로, 생태계의 보고로 보존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는 없는 걸까. 시민들을 위로한다고? 물리적·심리적 거리가 먼 대형 문화시설보다는 문턱을 낮춘 중소형 공연장의 생활권역 배치가 문화적 위로에 훨씬 더 적합하다는 것은 문화예술계의 상식이다. G20까지 거론하며 도시의 품격을 논하는 대목에서는 개발주의 시대의 문화적 감수성이 느껴져 목이 탔다.


게다가 시의회의 발목 잡기라니? 발목 잡기라는 것은 뚜렷한 명분 없이 정치적 이유로 딴지를 거는 행위를 뜻하는 말 아니었던가? 이미 수백억원의 예산이 들어갔기 때문에 사업을 완수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마치 4대강 사업에 이미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갔으니 되돌리면 안 된다는 정부의 논리를 떠오르게 한다. 그러나 사업에 문제가 있다면 매몰비용은 이미 고려대상이 아니다. 더 큰 피해와 예산낭비를 막기 위해서 냉철한 판단이 요구된다.

안태호 예술과도시사회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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