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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1.05 20:44 수정 : 2010.11.05 20:44

체벌에 대한 모범생들의
용인과 방관이 걱정스럽다
장차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용인으로 이어질 것 같아서다

11월1일부로 서울시 초·중·고등학교에서 체벌 금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많은 학교가 혼선을 빚고 있다는 기사가 보도되고 있다. 지금 학교 현장에서 교사는 교사대로 체벌 없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방법에 대해 혼란스러워하고 있고, 학생들도 학생들 나름대로 자신들의 바뀐 처우에 대해서 반신반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대다수는 학생들의 인권이 보장되었다고 반기고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우리는 체벌 금지에서 정작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지 간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창 체벌 금지에 관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발표가 있었을 때 가르치고 있던 한 학생에게 체벌의 필요성에 대해 물어보았다. 수업태도도 바르고 똑똑했던 그 학생은 체벌이 필요하다고 말하였다. 비단 이 학생뿐만이 아니다. 일명 학교에서 공부 잘한다고 불리는 아이들은 체벌이 필요악이라고 말하였다. 반면에 학교에서 문제아라고 불리는 아이들은 체벌이 절대 없어져야 한다고 말하였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먼저 체벌을 용인하는 공부 잘하는 학생들부터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는 보통 그들을 모범생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모범생이라고 하는 말은 정규교육에 순응하고 그 테두리 안에서 일류 대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을 통칭하는 말이다. 즉, 모범생의 평가 기준에는 착한 심성과 봉사정신, 꿈을 향한 열정이라는 순수한 의미보다는 학교생활에 대한 순종과 일류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인재인가의 의미만이 중요시되는 것이다. 그런 모범생들에게 체벌은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들이 체벌의 대상이 될 확률은 극히 적기 때문이다. 오히려 체벌을 통해 수업 분위기가 나아지고 그로 인해 자신의 성적이 향상될 수 있다면 체벌을 용인한다. 결국 모범생들이 체벌을 용인하는 것은 스스로의 비판의식에 기인했기보다는 친구를 경쟁상대로 보게 하고, 목표를 일류대학으로 잡도록 만든 어른들의 잘못된 교육에 있는 것이다.

반대로 문제아란, 정규교육에 순응하지 못한, 공부에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반항하는 아이들을 이르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정규교육은 학생들이 원하는 공부와 교육방법을 실시하여 그들의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기는커녕 오히려 그들을 문제아로 낙인찍으면서 체벌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어른들 스스로 체벌할 대상을 만들고 체벌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학생들을 함정에 빠뜨리고 그물질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모범생들은 체벌이 가진 필요악에 순응하고 친구들에 대한 억압을 방관하게 된다. 내가 체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면, 체벌로 인해 수업시간이 조용해질 수 있다면 상관없다는 논리다. 여기엔 양심이라는 것이 발동하지 않는다. 친구의 체벌은 그의 잘못이 부른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잘못이라는 것이 정당한 기준인가에 대한 비판은 하지 못하면서 말이다.

필자의 걱정은 이런 모범생들의 체벌에 대한 용인과 방관은 결국 그들이 사회에 나가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학교에서의 체벌에 대한 용인은 결국 사회에서 권력과 돈으로 발생한 불평등에 대한 용인으로 이어지고, 체벌로 인해 피해 받는 학생들에 대한 방관은 사회에서 권력과 돈에 의해 피해 받는 사람들에 대한 방관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체벌 금지에 대한 어른들의 일방적인 합의가 아니라 우리 어른들의 욕심으로 인하여 체벌을 용인하고 억압을 당연시하도록 세뇌당한 아이들에 대한 적절한 사과와 친구들을 경쟁상대가 아닌 함께 성장하는 동학(同學)으로 인식하고 체벌의 불합리함을 스스로 이해하게 돕는 교육이다.

이런 반성과 교육이 선행되지 않고 어른들만의 합의와 이해만으로 체벌의 금지를 논한다면 결국 학생들의 인권을 위한다는 목적 아래 또다시 그들의 인권을 짓밟는 것임을, 그리고 그것은 미래에도 억압받는 사회가 반복되도록 종용하는 일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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