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11.05 20:43
수정 : 2010.11.05 20:43
안종철 전남 무안군 삼향면 남악리
기업은 이윤창출이 목적이지만
교회는 복음을 위해 존재합니다
예수님 말씀을 정면 거역하는
기독교은행 설립을 반대합니다
저는 두 가지 이유에서 한국 기독교 이름을 내건 은행 설립을 적극 반대하며 이런 계획에 대하여 심히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첫째, 기독교은행 설립이 돈으로 바벨탑을 쌓는 행위이기 때문에 반대합니다. 몇 사람 모여서 그들이 한국 개신교 대표인 양 한국 교회의 부동산 가치가 어떻다 말하고 주일헌금과 교회를 들먹여서는 안 됩니다. 교회 부동산도 헌금도 모두 하나님께 드린 것이고, 복음사업을 위해 사용될 성물입니다. 체육관에 모인 몇몇 수도권 부자교회 목사들이 은행 만드는 일이 평생 소원이었다면, 그대들 이름으로, 그대들이 모아둔 돈을 투자하는 것을 누가 막겠습니까? 교회 이름을 사칭한 돈장난은 돈이 망할 때 바벨탑처럼 폭삭 무너진다는 사실을 우리는 미국 같은 자본주의 국가의 금융기관을 통해 잘 배워 알고 있기 때문에 미리 경고하고 반대합니다.
둘째, 은행 설립의 취지가 무엇입니까? 돈장사를 하자는 것 아닙니까? 은행의 돈장사가 위법도 아니고, 기독교인의 돈을 잘 관리해주고 부자 되어 좋은 일도 하겠다는 취지로 변호하겠지요? 순진한 목사들의 생각인지 마귀의 영이 씌어서 그런 건지 한계가 모호합니다. 그러나 이런 부패한 정신은 복음과 예수님의 가르침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행위인 것은 분명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인류 역사는 자본주의체제를 능가할 경제체제를 아직까지 지상에 실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자본주의가 이상적인 경제체제이기 때문은 아닙니다. 특히 오늘날 금융기관의 폐해는 인류에게 필요악과 같은 존재입니다. 가능하면 우리는 이보다 더 좋은 경제체제를 찾아 자본주의의 모순을 극복해나가야 합니다. 그럼에도 교회헌금을 동원해 교회가 자본주가 되겠다는 발상은, 특히 성직자들이 “돈이면 안 되는 것이 없다”, “돈이면 성직도 살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인 것 같습니다. 자본주의 정신은 복음이 아닙니다.
이스라엘의 ‘12부족정신’은 교회가 전승한 기념비적인 유산입니다. 특별히 4000여년 전에 이스라엘은 국민이 평등하고, 빈부 격차가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개인의 토지는 부족 이름으로 소유하게 했고, 설령 개인이 자기 땅을 팔더라도 같은 부족에게 팔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희년이 되면 그 토지는 다시 본주인에게 되돌려주었습니다. 그러나 다윗과 솔로몬 같은 절대군주가 나오자 ‘사유재산’이 허용되고, 부족정신이 깨지면서 이스라엘 사회에서도 가난하고 억압받고, 멸시받는 하층계급이 생겨났습니다. 그중에서도 돈 없는 고아와 과부와 병자는 빈자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2000년 전에 예수께서는 이렇게 전승된 부족정신을 높이 평가하시고, 계승하면서 상징적으로 12제자를 뽑으셨습니다. 예수께서는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다”고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돌아가실 때 소지품 하나도 남기지 않고 ‘가난한 자’로 가셨습니다. 부활 사건이 있은 후에 제자들은 예루살렘에서 예수님의 정신을 계승하여 가진 재산을 다 내놓고 함께 나눠 쓰는 예수공동체를 만들었습니다만, 인간의 욕심 때문에 이 혁명적인 공동체는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그런데도 오늘의 한국 교회가 자본을 축적하고, 돈장사로 부자를 꿈꾸는 것은 예수님 앞에서 복음을 정면으로 거부하는 행위입니다.
오늘날 대도시 교회들 가운데 교회를 기업정신으로 경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므로 한국 개신교는 목적한 바를 얻기 위해서 전투적 방식, 곧 자본주의의 적자생존의 경영방식으로 돌아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큰 교회, 부자교회의 목사가 되면 ‘성공한 목사’라는 자본주의 정신으로 평가받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기업은 이윤창출이 목적이지만, 교회는 복음선포를 위해 존재합니다. 자본주의 영이 지배하는 목사들은 온갖 성서적 용어를 동원하여 돈의 위력을 변명하며 은행 설립을 주장하겠지만, 이들은 “가난한 자가 복이 있다”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정면으로 거부하는 비복음적인 행위를 하는 것이란 점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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