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
[왜냐면] 골목 영세상인 죽이면서 ‘친서민’ ‘공정사회’ 타령 / 최창우 |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서는 행정 당국도 무시하고 입점을 시도하는 삼성테스코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와 이를 저지하는 상인들과 지역시민들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일상으로 벌어지고 있다. 몸을 다친 사람도 생겨나고 있다. 한나라당과 정부의 입법 지연이 낳은 결과다.
최근 기업형슈퍼(SSM)에 대한 한나라당의 태도를 보면 ‘서민입법’이라 할 수 있는 기업형슈퍼 문제조차 정쟁의 소재로 삼는 듯하다. 지난 지방선거 직전에 동시처리를 합의한 유통법과 상생법에 대해 반년이나 지난 이 시점에도 약속을 지킬 생각은 하지 않고 분리처리라는 꼼수를 생각해 냈다. 그러면서도 틈만 나면 ‘친서민’과 ‘공정사회’를 외쳐댄다.
현재 국회 법사위에 계류중인 기업형슈퍼 관련 법률안은 속 빈 강정이라 할 수 있을 만큼 별 내용이 없다. 시민사회에서 요구한 허가제도, 품목과 시간 제한도 모두 빠졌다. 알맹이가 빠진 법률안이기 때문에 제정되어도 재벌들과 외국 자본의 무차별적인 골목상권 진입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하나의 내용을 담고 있는 기업형슈퍼 법률안을 둘로 분리시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상생법 통과 지연작전에 들러리 노릇을 하고 말았다. 기업형슈퍼는 정글 자본주의의 표상이다. 기업형슈퍼가 들어온 뒤 무너지지 않은 골목상권은 없다. ‘친서민’을 외치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온 뒤 기업형슈퍼는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이제 800개가 넘어가고 있다.
재벌과 동네 골목의 영세상인은 경쟁상대가 안 된다. 마라톤으로 말하면 재벌은 40㎞ 지점에 서고 영세상인들은 출발선에 서서 경기를 시작하는 것과 같다. 그런 까닭에 많은 유럽 선진국들이 대자본의 골목상권 진입 허가제를 도입했다. 한국-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의 서명 내용에도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여러 나라들이 자국의 동네상권 보호 장치를 담은 것이다.
이 대통령도, 한나라당도 집권 이후 영세상인과 자영업자의 슬픔과 고통을 덜어주는 어떤 가시적인 조처를 한 게 전혀 없다. 이제라도 기업형슈퍼 허가제를 도입하는 결단을 내리고 유통법과 상생법을 즉시 동시에 통과시키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한나라당과 정부가 지금처럼 입으로는 ‘친서민’, ‘공정사회’를 외치면서 실제로는 재벌과 삼성테스코의 ‘골목상권 초토화’라는 불공정 행위를 묵인하면 다음 총선, 대선에서 대패하는 운명을 맞게 될 것임을 스스로 잘 헤아리기 바란다.
최창우 노원 SSM 입점 반대 대책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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