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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0.29 20:53 수정 : 2010.10.29 20:53

쇠창살도 모자라 철망까지…
사실상 창을 빼앗긴 셈이다
재소자들의 자살을 막고 싶으면
자살 강요하는 환경부터 바꿔라

법무부(교정본부)는 지난 4월 훈령을 통해 전국 구금시설에 자살방지대책으로 자살방지용 철망(철격자 이중창)을 설치했다. 시민사회단체들과 재소자들의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변한 것은 없다. 이 철망은 옷이나 수건을 변조하여 만든 끈을 창문 뒤의 쇠창살에 걸지 못하도록, 즉 쇠창살에 손이 닿지 못하도록 설치한 모기장형의 철사망이다. 이런 식이라면 재소자들이 손대지 말아야 할 곳은 어디 한두 군데인가? 이쑤시개도 들어가지 않는 너무나 촘촘한 철사망을 창문 위쪽만도 아니고 창문 전체를 틀어막는 방식으로 설치했다. 재소자들이 느끼는 답답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생각해보라. 운동시간을 빼고는 방 안에 온종일 갇혀 있는 사람에게 창이 얼마나 소중할지, 그리고 쇠창살도 모자라 이제 철망까지 설치해 사실상 창을 빼앗는 것과 다름없는 이 조처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교도관들조차 안이한 탁상행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얼마 전 박준선 한나라당 의원이 발표한 상반기 교정시설 자살자 통계를 보면 지난해 11월 이후 교정시설 내 감시 인원을 늘리고 폐쇄회로텔레비전을 설치했지만 자살자가 줄지 않고 있다. 지난 1~7월 전국 교정시설에 수감된 4만6000여명의 수용자(기·미결수 포함) 가운데 82명이 자살을 기도해, 6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1년 동안 115명이 자살을 기도하고, 10명이 사망한 지난해보다 증가하는 추세다. 이것은 재소자들의 열악한 처우와 환경을 개선하지 않고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는 것으로는 자살 증가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재소자들의 인간다운 삶의 조건이다. 자살을 강요하는 환경을 바꾸는 것이지 않을까? 교정본부는 달을 가리키니까 손가락만 보고 있다. 재소자들의 고통스런 현실과 자살의 원인을 외면한 채 자살의 수단이 무엇인지만을 문제 삼는다.

재소자들은 복지는 축소되고 건강권은 빼앗기고 있다. 법무부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재소자의 외부병원 진료비를 대폭 삭감했다. 재소자들에 대한 국민건강보험적용이 중단됐다. 가난한 재소자들은 심각한 병에 걸려도 외부병원 진료는 받기 어렵게 되었다. 이러면서 자살방지용 철망을 만든다고 한다. 재소자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고 인간답게 살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시급하다. 재소자들은 비좁은 방에서 잠을 자야 한다. 너무나 짧은 면회·운동·목욕으로 고통받고 있다. 몇 년째 면회와 운동시간이 제자리걸음이다. 예산과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재소자들은 늘 피해를 본다.

자살방지용 철망으로 재소자들은 건강권과 일조권을 빼앗기고 고립감과 답답함이 증폭되고 있다. 바깥 풍경과 푸른 하늘을 바라보면서 우울한 마음도 달래보고 희망을 품어보는 것조차 힘들어졌다. 바깥이 뿌옇고 흐리게 보이는데 창가에 서고 싶겠는가? 햇빛도 잘 들어오지 않아 대낮에도 방 안이 어두침침하다. 통풍과 환기도 안 된다.

7월부터 전국의 구치소·교도소에서는 재소자의 일반도서 보유를 30권으로 제한하고 있다. 30권이 넘을 경우 책을 바깥으로 빼지 않으면 새 책을 넣어주지 않는다. 재소자들은 아직 읽지도 않은 책을 내보내기도 한다. 책을 빼지 못해 반입을 불허당한 재소자들은 허겁지겁 예정에도 없는 면회를 오라고 부탁하게 된다.

면회가 늦거나 안 와서 책을 못 빼면 반입은 안 된다. 거실 내 정리정돈을 위해서라는데 재소자들은 충분히 자율적으로 책을 관리할 수 있다. 재소자들도 읽고 싶은 책을 마음대로 읽을 권리가 있다. 정리정돈이라는 미명하에 자꾸 통제만 하려드니 재소자들의 고통만 쌓여 간다.

이용덕 수원구치소 재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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