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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0.15 17:57 수정 : 2010.10.15 17:57

지난 12일 충북교육청에서는 대전·충남·충북교육청 국감이 열렸다. 오전 10시부터 낮 1시까지 약 3시간 가까이 국감이 진행됐다. 세 교육청에서는 교육감을 비롯해 국장·과장, 지역교육청 교육장까지 총출동했다. 실무자들까지 포함하면 근 50명이 넘는 인원이 오전 내내 국감장에 앉아 있었다.

감사위원은 여당 5명, 야당 5명의 의원이 참가했다. 짧은 질의시간에도 송곳 같은 질문으로 교육감을 쩔쩔매게 하는 야당 의원도 있었고, 차분하게 정책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교육청의 변화를 촉구하는 여당 의원도 있었다. 수십쪽에 달하는 책자형 자료를 만들어서 배포하는 성실한 의원도 있었다.

국감의 계절이 돌아오면 학교는 정말 바쁘다. 의원 요청 자료에 답하기 위해 업무 담당자는 늦도록 답변 자료를 준비해 교육청에 보고해야 한다. 낮에는 수업하고 밤에는 자료 준비하고 학교 교사들은 국감이 참으로 피곤하다. 그럼에도 국감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정책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된다.

의원들이 국감을 준비하는 공무원들의 고충을 헤아린다면, 아니 국민이 위임한 행정부 감시 권한을 좀더 유의미하게 사용하려는 분명한 의지가 있다면, 의원들 역시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의 행태는 정말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12일 국감의 경우 총 10명의 의원이 배정됐는데, 한나라당 배은희 의원의 경우 아예 출석조차 하지 않았다. 학생들이 학교를 결석할 때도 그 사유서를 담임교사에게 제출한다. 그런데 국감장에 결석하는 의원에 대해서는 그 어떤 해명도 없었다. 방청하는 시민참관단이나 국감을 위해 총출동한 교육청 직원 누구에게도 국감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이 어떤 사유로 오지 않았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더 황당한 것은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었다. 정 의원은 국감이 절반쯤 진행된 시간에 늦게 출석했다. 지각한 정 의원에게도 질의시간이 주어졌다. 늦어서 죄송하다는 말뿐이고 왜 늦었는지에 대해서는 어떤 변명도 없었다. 교육감에게 답변을 요구하지도 않고 그저 서면답변을 해달라는 말과 함께 몇 가지 질문을 하는 게 다였다. 어처구니없는 일은 질문이 끝나자 정 의원은 곧바로 퇴장했고, 다시는 자리로 돌아오지 않았다.

세 교육청에서 온 50여명의 관료들은 3시간 가까이 거의 움직이지도 못하고 질문을 필기하거나 정책 대안을 경청하고 있는데, 국정감사위원은 무단지각에 무단이탈(일명 ‘땡땡이’)까지 하는 대담한 짓을 한 것이다. 학교로 따지면 담임교사에게 불려가 따끔하게 혼이 날 일이다. 국감에 불성실하게 임하는 국회의원에 대해서 국민들의 엄중하고 따가운 질책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이영주 교사·대전 유성구 지족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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