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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0.08 20:39 수정 : 2010.10.08 20:39

카이스트에 입학사정관제로
들어온 실업고 출신 등의
학생들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제도가 뒤따라야 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서남표 총장 취임 이후 대내외적으로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여러 정책들로 호의적인 사회적 시선과 교수의 질적 향상, 학생의 양적 향상 그리고 캠퍼스의 확장 등 여러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는 쾌거를 이루었다. 이러한 정책들 중 필자가 즐거워하면서도 걱정이 앞서는 제도가 있는데 이는 바로 입학사정관 제도이다.

입학사정관 제도의 목표는 사교육 열풍 해소와 다양한 글로벌 리더 양성이다. 틀에 박힌 내신 성적이나 수능점수가 아닌 그 학생만이 가지고 있는 잠재가능성을 파악해 선별하는 것이다. 현재 2010 입학전형에 따르면 약 970명의 입학정원 중 150명에 해당하는 학생을 입학사정관 제도로 선별하고 있다. 카이스트 학부생의 과반수를 이루는 과학고, 영재고 학생의 지원이 불가하므로 총 학생의 약 20%에 해당하는 비율은 파격적인 조건이라 하겠다. 실제로 구들장 소녀로 불리는 신수빈양이나 실업계 출신의 로봇마니아 조민홍군 등이 입학해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입학사정관 제도가 단순히 보여주기용으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실질적으로 학부에서 일반 학생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융화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카이스트에서는 낮은 수준의 강의를 몇 개 개설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예를 들면 기존에는 처음에 접하는 수학과목이 ‘미적분학1’이었지만, 현재에는 신청자에 한해 ‘대학수학’이라는 좀더 쉬운 과목을 개설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역효과를 야기했다. ‘미적분학1’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일반 학생들이 높은 학점을 위해 ‘대학수학’ 과목을 수강하면서 본래의 수혜자들이 더 큰 압박을 받게 된 것이다. 게다가 영어와 수학 모두가 익숙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한 단계 낮은 강의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학교 쪽의 이러한 안일한 대안은 결국 입학사정관 제도를 이미지 개선과 예산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보는 행위이며, 각자의 소중한 꿈을 품고 입학한 가녀린 학생들을 곧바로 정글에 풀어놓는 꼴이다. 물론 입학사정관 제도는 단지 기회 제공을 할 뿐이며 당사자인 해당 학생들도 힘든 여정이 될 것임을 예측하고 입학했으므로, 본인의 노력이 근본적으로 전제돼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홀로 따라잡기는 너무나 어려우므로 좀더 실질적인 지원제도가 필요하다. 자원자에 한해서 입학하기 전 겨울방학부터 학교에서 사전 교육을 받는 방법을 통해 적응력을 빠르게 향상시킬 수 있다. 또한 일대일 멘토링 제도를 활성화해 교수와의 제한적 관계 외에도 선배들과 생활밀착형 관계를 형성할 필요도 있다.

우리나라의 스펙 위주, 학벌 위주의 사회 속에서 입학사정관 제도가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되어주기를 소망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지 생색내기용이 아닌, 학교를 위한 것이 아닌, 진정으로 학생들을 위한 제도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김동환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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