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
[독자칼럼] ‘덕혜옹주’표절논란 유감 / 이승욱 |
요사이 소설 <덕혜옹주>의 표절 논란이 뜨겁다. 덕혜희(德惠姬)의 저자 혼마 야스코라는 일본인이 근자에 베스트셀러로 자리잡은 권비영 작가의 소설 <덕혜옹주>가 자신의 저서에서 상당부분 차용했다고 주장하면서(9월25일치 ‘왜냐면’ 참조) 표절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혼마 야스코씨의 주장에 대해 의아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권 작가의 덕혜옹주와 혼마씨의 덕혜희라는 책은 개인의 창작이 아니라, 덕혜옹주라는 실존인물에 대해 다루고 있다. 따라서 역사의 일부분인 덕혜옹주의 삶을 재조명할때 그 흐름이 비슷할 수밖에 없다. 대한제국의 유일한 황녀로 태어나고, 일제의 강압에 의해 볼모로 끌려가 일본의 하급귀족과 불운한 결혼생활, 그리고 정신병원 감금, 이어지는 노년의 환국 등이 덕혜옹주의 삶인데, 이에 대한 얘기는 비슷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 아닌가.
혼마씨는 본인이 취재한 것을 권 작가가 아무런 상의없이 도용하여 책을 내었다고 주장하지만, 덕혜옹주의 삶이 어떻게 혼마씨 개인의 창작물이요, 저작물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혼마씨의 저서를 번역하여 출간한 출판사의 관계자는 ‘혼마씨가 덕혜옹주에 대해 정통하므로, 사전에 상의했어야 했다’라는 어불성설의 주장까지 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덕혜옹주는 혼마씨의 창작물이 아닌, 대한제국의 실존 옹주라는 것이며, 그녀의 삶은 혼마씨의 소유가 아니라, 우리 나라의 역사의 한페이지라는 사실이다.
우리황실사랑회는 매년 덕혜옹주께서 돌아가신 날에 맞추어 옹주의 기제향을 모시고 있다. 우리의 입장에서 살펴볼 때에 혼마씨의 ‘덕혜희’는 덕혜옹주의 삶을 제3자의 입장에서 담담히 서술하고 있는 반면, 권 작가의 ‘덕혜옹주’는 덕혜옹주의 불운한 삶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구원해주고자 하는 한국인만의 애끓는 가슴으로 씌어진 것을 알 수 있다. 그러한 작가의 심정이 소설에 나오는 가상인물인 ‘박무성’으로 ‘복순이’로 투영되고 있는 것이다.
역사적 사실에 관련하여 그 캐릭터를 참조하고, 작가가 재창작한 것이 ‘표절’이라 매도된다면, 우리네 시대극이나 역사소설 모두가 ‘표절’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승욱 우리황실사랑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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