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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9.24 18:56 수정 : 2010.09.24 18:56

2530명에서 2040명으로
중등교사 임용 정원이 줄었다
사회과는 무려 27%나 줄었다
2014 수능시험 개편안 탓이다

“지금 당장 한강에 가고 싶은 심정입니다.”

올해 중등교사 임용 정원 발표를 보고 임용고사를 준비하던 많은 후배 예비교사들이 자조적으로 내뱉는 말이다.

2011학년도 신규 중등 임용 교사 정원이 대폭 축소됐다. 전체 선발 인원이 작년 2530명에서 올해는 2040명으로 작년에 비해 약 80%로 축소됐다. 특히 사회과(지리, 일반사회, 역사, 공통사회)는 331명에서 90명으로 작년 대비 27%로 줄었다. 공통사회는 작년에 32명 뽑았는데 올해는 전국에서 아예 단 1명도 뽑지 않는다.

임용고사 준비생들은 절규한다.

“제발 안 뽑을 거면 미리 발표라도 해다오. 시험 한달 앞두고 도대체 뭐 하는 짓이냐?”

보통 사범대 학생들은 입학하자마자 임용고사 준비를 시작하여, 학부 내내 바늘구멍을 뚫기 위해 청춘을 불사른다. 한번에 합격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에 졸업 후에도 노량진에서 재수, 3수, 심지어 5년 이상 공부를 한다. 추석 같은 명절엔 부모님과 가족들의 눈총이 부담스러워 아예 고향 갈 엄두도 못 낸다. 그런데 공통사회의 경우, 올해엔 한명도 안 뽑는단다.

교과부 관계자는 ‘학생수 감소’가 원인이라고 한다. 그건 빙산의 일각만 언급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의 교원 수는 법정 정원의 80% 정도밖에 확보하고 있지 않다. 법정 정원을 다 채운다 하더라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 비해 학생당 교원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영어와 수학을 제외한 여타 과목이 집중적으로 줄어들었는데, 그 이유는 바로 2009개정 교육과정 때문이다.

내년부터 적용하게 될 2009교육과정에 의하면, 교과목군에 따라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수업시수의 20%를 증가시키거나 감소시킬 수 있다. 아울러 한 학년에 3년치 내용을 몰아서 수업하는 집중이수제도 도입된다. 그에 따른 학교별 내년도 수업시수 및 교사 정원 편재표 시안을 지난 1학기 말에 전국의 학교가 제출한 상태다. 교과부는 학교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수업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걱정한 대로 영어, 수학 수업 시간이 늘어나고 여타 과목의 수업이 줄어드는 현상이 전국적으로 나타났다.


기름을 부은 것이 지난 8월에 발표된 2014 수능개편안이다. 시안에 따르면 내년도 고등학교 입학생이 치르게 될 2014 수능시험의 개편안은 영어, 수학, 국어 비중이 커지고 사회탐구, 과학탐구는 현재보다 비중이 줄어든다. 아직 확정이 되지도 않은 개편안이지만 기정사실화되면서 벌써 많은 중·고교의 내년도 수업시수 최종 보고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영·수·국 몰입 현상이 더욱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중3 아들 녀석이 친구들과 함께 국사 수행평가로 전봉준 역할극을 만든다며 인터넷으로 자료를 찾고, 휴대폰으로 찍고, 동영상 제작 프로그램으로 자막을 넣는 등 며칠을 즐겁게 호들갑을 떨었다. 이런 아이들이 고등학교에 가면 모두 영어, 수학에 찌들리고 나머지 과목은 엎드려 자며 청춘을 답답하게 보낼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진다. 아이들이 다양한 과목을 즐겁게 공부하고, 선생님들이 신명으로 가르치는 학교 현장의 모습은 정녕 꿈인가? 영어, 수학에 몰입되어 억지로 하는 공부가 진정 국가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가?

2009개정교육과정과 2014수능개편안은 대폭 손질돼야 한다. 아이들이 즐겁게 배우고, 선생님들이 행복하게 가르칠 수 있도록, 또 그러한 수업을 꿈꾸며 오늘도 땀을 흘리고 있는 임용고시 준비생들이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박래광 전국지리교사모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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