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9.24 18:55
수정 : 2010.09.24 18:55
창릉천을 청계천처럼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계기로
창릉천을 살리기 위해 시민들이
현장에서 창릉천과 대화를 한다
고양시에는 77곳의 하천이 있다. 지방하천이 18곳, 소하천이 59곳이다. 모두 이으면 500리에 이른다. 수계별로 보면 8곳의 지방하천과 27곳의 소하천이 있는 공릉천, 4곳의 지방하천과 19곳의 소하천이 있는 창릉천을 비롯해 장월평천, 도촌천, 대장천, 향동천 등이 모두 한강으로 흘러든다. 북한산 국립공원에서 뻗어나간 창릉천은 상류에서 북한천, 중류에서 순창천, 하류에서 성사천과 만나 행주산성을 에둘러 한강으로 흐른다. 전에는 덕수천이었는데 조선 제8대 왕 예종과 계비 안순왕후의 창릉이 서오릉에 들어서면서 창릉천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지난 8월 이 창릉천 옆에 송수관을 묻고 펌프로 한강 물을 끌어올려 부족한 수량을 보충하려던 전임 시장의 계획을 신임 시장이 보류한 것을 두고 일부 언론이 문제를 제기해 논란거리가 됐다. 최성 시장은 창릉천을 따라 송수관을 설치하고 친수공간을 조성하는 비용 300억원을 국토해양부가 지원한다고 해도, 수자원공사에 지불해야 할 한강물 값 등 관리비는 모두 고양시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대비 효과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5.8㎞의 청계천 관리비로 작년에 77억원이 들어간 경험에 비춰 22.5㎞의 창릉천을 청계천처럼 관리하려면 해마다 100억원이 넘는 비용을 시민세금으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할 일은 많고 예산은 부족한 고양시에서 300억원의 국비지원을 포기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한나라당 시의원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그러나 정부가 지원하는 300억원도 국민세금이므로 더 적은 비용으로 창릉천의 수량을 확보하는 대안을 찾아봐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이 논쟁이 계기가 되어 창릉천 등 고양시 생태하천 살리기 시민위원회가 9월 초에 출범했다. 이 위원회는 이전의 위원회와 조금 성격이 다르다. 우선 구성에서 도시계획과, 건설과, 하수과, 생태하천과 등 개발과 보존부서, 환경운동연합과 그린스타트 네트워크 등 진보와 보수 시민단체, 한나라당 국회의원과 민주당 시의원 등 여당과 야당 정치인, 창릉천 수계의 8개 동 주민자치위원장과 하천 전문가들이 두루 참여하는 거버넌스 조직이다.
운영에서도 시장과 코드가 맞는 전문가와 공무원 몇 사람이 주도하는 대로 끌려가는 위원회가 아니라, 창릉천 수계 주민대표들이 중심이 되어 다음 세대에게 넘겨줄 창릉천의 미래를 결정하는 의사결정 조직이다. 따라서 회의진행 방식도 다르다. 주민의견 수렴과 토론은 현장에서 이루어진다. 창릉천 변에 사는 주민을 비롯해서 창릉천을 즐겨 찾는 고양시민들과 위원들이 함께 창릉천을 답사하며 구간마다 전문기관의 용역보고서 자료들을 패널로 전시하고 용역기관이 제안한 수량확보, 수질개선, 생태복원, 친수공간 조성 계획들을 검토한 뒤 스티커 붙이기로 찬반의견을 조사한다.
어린이도 창릉천의 주인이므로 동등한 한 표를 행사한다. 문제가 없는 부분은 원안대로 추진하고 문제가 있는 부분은 수정, 보완하는 의사결정이 현장에서 이루어진다. 이동수단은 자전거다. 자전거가 있는 사람은 가져오고 없는 사람은 고양시가 운영하는 녹색자전거를 이용하면 된다. 학교 수업이 없는 둘째 주 토요일의 가을 햇빛 속에서 창릉천의 역사를 듣고 현재의 모습을 보면서 미래의 모습을 논의하는 현장 공청회에 고양시민들의 많은 참여를 기대한다.
창릉천을 살리기 위해서는 창릉천의 건강상태를 알아야 하므로 현장에 나가 먼저 창릉천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수량 부족과 수질오염의 원인에 따라 처방도 다르게 나올 것이다. 위원회의 첫 만남에서 창릉천 주민대표들은 무분별한 개발보다 창릉천에서 미역 감던 고향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복개천을 되살린 청계천 방식뿐만 아니라 양재천, 수원천, 전주천의 경험들도 활용해서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창릉천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보자.
신창현 고양시 생태하천 살리기 범시민추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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