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
[왜냐면] 파주시의 ‘규제 완화’는 공익에 위배 / 이현숙 |
지난 6·2 지방선거 이후 파주 정가에도 이변이 생겼다. 정부 수립 이후 수십년간 보수세력이 득세해온 지방권력의 판도가 뒤바뀐 것. 2선의 한나라당 시장이 탈락하고 지역 연고도 별로 없는 민주당 시장이 당선됐다. 시의회도 야권인 민주당과 민노당이 과반을 넘겨 당선됐다.
새로 당선된 이인재 시장이 취임 뒤 곧바로 추진하는 ‘규제 완화’ 중에 공익에 걸맞지 않은 것들이 들어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파주시 환경오염을 일으킬 수 있는 공장의 입지를 제한하는 기준 고시’다. 이에 따르면 공장을 지으려는 사람은 반경 200m 안에 마을이나 학교, 보육시설, 병원 등 공공시설이 있을 경우, 반경 500m 안에 아파트가 있을 경우, 그리고 6m 이상의 진입로가 없는 경우에는 공장을 세울 수가 없었다. 지난 몇년 새 파주는 개발 폭풍의 여파로 마을 구석구석은 물론 학교와 아파트 등 인구 밀집지역 코앞에도 공장이 들어서왔다. 악취나 소음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시민들의 민원이 봇물 터지듯 나왔다. 고시가 있었어도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행정의 난맥 때문에 생긴 일들이었다. 그런데 이 고시마저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파주시 산지전용허가 지침’의 폐지도 문제다. 이 지침은 산지의 공익적 가치를 고려하여 무분별한 개발을 막기 위한 나름의 기준이 되어왔던 것이다. 2004년 이후 지금까지 파주에서 산을 깎아서 다른 용도로 사용한 면적이 336만평, 이 중 공장 면적만도 100만평을 훌쩍 넘어섰다. 수십만평에 이르는 대단위 채석장, 골프장 십여개가 산지에서 개발되고 있기도 하다. 지도가 바뀌는 현실에서 인허가권을 행사하는 지자체가 허가의 잣대를 ‘고시’라는 형태로 확립하는 것은 행정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해서 필요한 최소한의 조처였다. 그런데 이 최소한의 빗장마저 열겠다는 것이다.
전임 시장의 독선적 행정에 지쳐 있던 파주 시민들에게 이인재 시장은 ‘소통과 화합’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당선됐다. 그가 취임한 지 겨우 두 달이 지난 지금 시민들은 소통이 되고 있는가 하는 의구심을 키워가고 있다.
조짐은 시장 취임 이전부터 나타났었다. 시정 인수위원회를 꾸려 시민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전임 행정의 문제점을 파악해야 할 시점에 ‘공무원들보다 행정을 모르는 사람들이 보고를 들으면 무얼 하냐, 내가 직접 보고받겠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행보를 보였다.
이래서야 소통하겠다고 당선된 민주당 출신 시장과 소통을 못해서 낙선한 전임 한나라당 시장의 다른 점이 무엇인가? 소통을 못할 바에야 차라리 공익을 위한 최소한의 규제를 지키던 전임시장이 나았다는 소리가 나올 지경이다.
이현숙 파주환경운동연합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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