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0.09.17 17:49 수정 : 2010.09.17 17:49

‘자퇴’와 ‘퇴학’은 낙인이다
그들이 거듭날 수 있도록 먼저
평생교육시설과 대안학교에서의
교육을 적극 권장해야 한다

미국 시사주간 <뉴스위크>가 발표한 세계 베스트국가 순위에서 우리나라가 15위를 차지했다. 평가항목은 ‘교육’, ‘건강’, ‘삶의 질’, ‘경제 경쟁력’, ‘정치적 환경’ 등을 통해 이뤄졌다. 한국은 교육 부문에서 세계 2위라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외국의 눈으로 봤을 때에는 거액의 교육 투자와 대학 졸업률이 높은 것이 교육선진국이라고 보기에 충분하다는 인상을 줬을지 모른다. 실상 이것은 일류대와 4년제 대학을 나와야 성공한다는 대한민국의 고질병이 만들어낸 허상일 뿐이다.

우리나라 고등학교의 실정을 보면 알 수 있다. 현재 대한민국은 교육 강국을 목표로 자율형 사립고, 국제고 등을 신설하여 글로벌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소수의 학생들을 제외한 나머지는 상대적으로 수준이 낮은 학교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 상황에서 일부 학교가 사립학교와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학생들에게 과도한 처벌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면학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 학생들에게 퇴학을 강요하는 것이다. 일부 학생들의 일탈이 대다수의 학생들에게 피해가 된다는 입장이다. 이것이 어떻게 세계 2위를 차지하는 교육 강국의 모습이란 말인가!

이 과정에서 학교는 이렇게 퇴학을 당하는 아이들에게 다른 학교나 대안교육시설에서 공부할 수 있는 후속 대책을 마련해주지 않고 손을 놓고 있다. 교육부도 이러한 상황을 묵과한다는 데에 더 큰 문제가 있다. 그렇게 쫓겨난 아이들에게는 ‘자퇴’ 혹은 ‘퇴학’이라는 꼬리표가 평생 따라다니게 된다. 또다른 문제가 생긴다. 이렇게 소외된 그들이 다시 마음을 잡고 대안교육이나 평생교육시설을 통해서 교육에 대한 그들의 권리를 누리려고 해도 발목을 잡은 ‘자퇴’와 ‘퇴학’이라는 족쇄가 놓아주지 않는다.

이로 인해 굳은 의지를 가지고 힘든 결정을 한 많은 평생교육시설과 대안학교의 학생들이 자신의 몸에 맡는 교육 시스템과 삶의 의미를 찾고 있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자신에게 찍힌 낙인 때문에 또다시 눈물을 머금고 검정고시에 매달리며 수능 준비를 하는 등 학벌 사회로의 회귀를 시도하기도 한다. 심할 경우 평생교육시설과 대안학교가 자신에게 분명 가치가 있었음에도 그 소중한 시간을 부정해버리고 스스로의 삶을 무가치하다고 느끼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다.

결과적으로 평생교육시설과 대안학교는 방황하는 아이들의 또다른 쉼터가 아닌 ‘낙오자들의 집합소’가 될 수 있다. 이러니 족쇄를 찬 학생들은 시키는 대로 공부를 해 교육 강국의 선구자가 되었지만 그 족쇄를 견디지 못한 학생들은 평생 지울 수 없는 교육의 빨간 줄을 갖게 될 수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제도권에서 쫓겨나거나 정규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평생교육시설과 대안학교에서의 교육을 적극 권장해야 한다. 그들에게 ‘자퇴’나 ‘퇴학’이라는 낙인만 찍지 않는다면 모든 학생들이 자신의 꿈과 목표를 가지고 공부하는 참된 인재로 거듭날 수 있다. 다음 베스트 국가 평가에서 교육 순위는 다소 떨어질 수 있으나 전체 순위는 훨씬 오르는 말 그대로 살기 좋은 나라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김한태 성지중고 교장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