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9.14 17:55
수정 : 2010.09.14 17:55
자연재난의 원인을 따질 때
항상 기상예측만을 탓한다면
근본 원인은 해결되지 않고
일회성 희생양만 만들고 만다
얼마전 태풍 곤파스 때문에 피해가 발생하고 출근시간에 불편을 겪자 일부 언론에서는 그 원인을 “기상청이 예측한 상륙 시점보다 빨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설령 기상청이 예측한 상륙 시점이 실제 상륙한 시점과 같았던들 피해가 줄었을까? 부실하게 달려 있던 간판이 강풍에 견뎌냈을까? 그러한 피해는 안전 시공 기준에 미달했다면 태풍이 통과한 시간에 관계없이 그대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태풍 곤파스가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오키나와 남동쪽 바다에서 발생해 북상할 때 앞으로 황해도와 경기도 사이 어딘가로 상륙할 것으로 전망한 기상청의 예측은 실제 태풍이 지나온 길과 비슷했으니 비교적 정확했다고 평가될 것이다. 그럼에도 곤파스의 상륙 시점과 태풍경보 발령이 늦었다고 예보만을 탓하면 방재업무 개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상청은 상륙 하루 전부터 서울, 인천, 경기지방에 태풍 특보가 발표될 것이라는 예비특보를 이미 발령해 태풍 피해를 예고했다. 당일에는 3시부터 발효되는 태풍주의보를 0시에 발표했다. 즉 새벽부터는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 피해가 예상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이다. “태풍이 아침 6시35분에 상륙했음에도 기상청은 6시나 돼서야 태풍경보를 발표했다”는 지적은 태풍주의보는 피해가 예상되지 않는 안전한 상황이고 태풍경보만이 심각한 상황이라는 해석에서 비롯됐다.
휴교와 같은 조처가 필요한 기관에서는 태풍의 반경을 고려해 학생들이 등교에 지장이 없을지 하루 전날 따져봐야 했다. 태풍이 낮에 상륙할 것이라는 기상청의 하루 전 예보를 믿었다는 주장은 안이한 대처다. 태풍을 앞두고서는 중심이 언제 어디로 상륙하느냐보다는 어느 지역이 피해 발생 가능성이 있는지가 더 중요한 사항이다. 태풍의 반경은 수백㎞에 달하기 때문이다.
자연재난의 원인을 따질 때 항상 기상예측만을 탓한다면 근본 원인은 해결되지 않고 일회성 희생양만 만들고 마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자연재난이 발생했을 때 예측 논란이 일어나는 것을 보지 못했다. 미국 루이지애나주에서는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 이후 ‘아이크’라는 5등급의 강력한 허리케인이 상륙할 것으로 예상해 100만명 이상의 주민을 대피시켰다. 그러나 미국 기상청의 예측과 달리 허리케인의 세력이 갑자기 약해져 미국의 남부지방을 지나갔다. 대피를 위해 먼 길을 떠났던 주민들은 기상예측을 비난하기보다는 다행이라며 서로 격려하면서 차를 돌려 자기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았다.
기상예보는 재해현상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이지 재해를 막아주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그 정보가 사실과 다소 차이가 난다고 해도 기상정보를 바탕으로 철저한 사전 대비책을 강구할 때만 피해를 최소화할 것이다. 또 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기상정보를 탓하기보다는 방재 노력에 부족한 점을 보완할 때 우리는 더욱 안전한 사회로 갈 것이다. 부실하게 달린 간판은 강한 바람이 불면 언제라도 떨어진다는 것이 이번 태풍 곤파스가 우리에게 준 값진 교훈이다.
오재호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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