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이 8000원으로 오르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끔찍하다
흡연자의 호기심을 높이는
신제품 출시부터 억제해야 한다
“한 까치만 더 주면 안 될까요?”
1000원권 지폐 한 장을 내밀고는 애원하듯 호소한다. 한 까치(개비) 200원짜리 담배를 1000원에 6개 달라는 얘기다. 인력사무소 근처 구멍가게에서 새벽마다 벌어지는 진풍경이다. 새벽에 인력사무소를 방문했으나 일자리가 없어 발길을 돌려야 하는 일용직 근로자들의 모습이다.
축 처진 몸으로 단돈 2000원이 없어 한 개비 200원 하는 낱담배를 사 피우고는 시름을 달래보는 그 사람들에게 당장 담배를 끊으라고 하면, 그들은 뭐라고 얘기할 것인가?
차라리 담배 한 개비라도 맛있게 피우면서 울분을 달래보는 것이 정신건강상 좋을 성싶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다가 “담뱃값 인상이 최선의 금연 정책이다”라는 어느 교수의 기고문을 보자니 속상한 마음에 한동안 참았던 담배를 다시 한번 빨아본다. 그리고 담뱃값이 8000원으로 오르면 흡연자들 사이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상상을 해보았다.
담배 도둑이 극성을 부릴 것이고 담배는 뇌물성 선물로 둔갑하리라. 작은 담배 한 보루가 8만원, 한 상자면 400만원인데 뇌물로 주기는 안성맞춤 같다. 뇌물을 받은 사람은 그것을 할인을 해서 되팔아먹을 수 있다. 면세품은 활개를 치고 교묘히 작업을 해서 일반 담배로 둔갑할 것이다. 값이 싼 중국산 담배가 시장을 휩쓸고 서민들은 신발, 옷, 우산, 가전제품에 이어 담배까지 중국산으로 피워댈 것이다. 담배는 한 갑으로 팔 수가 없어 포장을 뜯어 낱담배로 팔아야 할 것이다. 결국 돈에 쪼들리는 애연가는 낱담배를 비싼 값에 사 피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담배로 인해 동료 사이에도 싸움이나 더 심한 분쟁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담뱃값이 너무 싸서 작년에는 흡연율이 많이 올랐다는 식의 보고도 있었다. 말하자면 담뱃값이 오르지 않아 작년에는 흡연율이 올랐다는 말이다. 과연 작년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연속되는 경제악화로 인한 자영업자 몰락, 건축경기 침체로 인한 인력시장의 붕괴 및 부동산 투기꾼들의 부동산값 하락으로 인한 이자 폭탄, 환율 하락으로 인한 기러기 가족들의 수난, 한편으론 계속해서 생겨나는 이상야릇한 이름과 색깔의 담배들…. 그런 상황에서 흡연율이 상승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담뱃값으로 인한 흡연율 변화 조사는 사실 서울대 보건대학원에 의뢰할 것이 아니라 흡연가 단체에 의뢰를 해야 정확한 해답이 나올 것 같다. 담배를 피우고 있거나 과거에 오랫동안 피워본 경험이 있는 사람만이 판단하고 결정할 사안이다. 담배 맛도 모르는 사람, 담배를 피워본 지 얼마 되지 않은 젊은 사람들은 조사 대상에서 배제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건복지부의 진정한 뜻이 금연에 의한 국민건강증진에 있다면 다른 방법을 연구해 봐야 한다. 담배의 무분별한 신제품 출시를 억제해서 흡연자들로 하여금 호기심을 유발하지 않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또한 담배를 현행처럼 한 갑 20개비가 아닌 5개비, 10개비로 소포장을 해 피우는 양을 차츰 줄여 나가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 사실 담배를 한번에 금방 끊는다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건강한 사람인 이상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금연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의사도, 금연클리닉 교수 등도 아니고 흡연자 자신이라는 사실을 보건복지부가 명심했으면 한다.
김승호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4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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