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불법파견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서두르자 / 김창현

현대차 불법파견 노동자들은
이른 시일에 정규직화돼야 한다
기존의 정규직 노동자들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빈다

현대자동차를 방문하면 희한한 모습을 보게 된다.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차체가 천천히 진행하고 있는데 한쪽 문짝은 정규직 노동자가 달고 한쪽 문짝은 비정규직 노동자(사내 하청노동자)가 달고 있다. 동일한 노동강도로, 동일한 노동시간을 일해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보다 훨씬 적은 임금으로 차별을 받는다.

사람이 살면서 가장 억울하고 화날 때가 언제일까? 나는 차별받을 때라고 생각한다.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는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국이 아니라 방글라데시라는 사실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모두 못살기 때문에 행복한 것은 아닐 것이다. 아마 차별이 적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대단히 자살률이 높은 국가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98년 외환위기 사태 이후 정리해고법과 비정규직법이 만들어지고 지속적으로 증가해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한과 고통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함께 힘들 때는 함께 힘을 모아 극복하려는 의지가 생기고 더 열심히 일하면 나아진다는 희망이 있으면 결코 사람은 죽지 않는다.

얼마 전 대법원에서 의미있는 판결이 있었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가 부당해고를 취소해 달라고 낸 소송에서 옛 파견법에 따라 파견기간이 2년을 초과한 날로부터 현대자동차가 직접 고용한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2년이 지나지 않은 노동자들은 정규직으로 간주하지 않은 한계는 분명 있지만, 자동차·조선 등 제조업 분야에 만연한 불법파견 관행에 제동을 걸고 이들에 대한 정규직 전환의 길이 마침내 열린 것이다.

그동안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제조업체들은 하청노동자에 대해 관리감독과 작업배치를 직접 하는 사용자로서 역할을 했다. 그럼에도 하청노동자들은 도급업체의 직원이라는 논리로 이들과 직접교섭을 배제해 왔다. 하청노동자들은 도급계약을 맺은 하청업체의 노동자란 이유로 원청업체 노동자의 절반 수준의 임금을 받으며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일을 해온 것이다.

법원이 원청업체를 사용자로 인정한 이번 판결로 인해, 도급 계약으로 위장된 불법파견에 쐐기를 박게 됐다. 이번 판결은 현대자동차는 물론이고 자동차 완성업체, 부품업체, 여타제조업 사내하청은 모두 불법파견에 해당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

이제 시작이다. 비정규직이란 그야말로 소수의 아르바이트 임시직이어야 한다. 계절에 따라 혹은 공장의 급격한 물량변동에 따라 잠시 일하는 노동자에 국한돼야 한다. 정규직 노동자와 동일한 노동을 수년간 하는 노동자는 결코 비정규직 노동자가 아니다. 도대체 언제까지 하청노동자에 대한 저임금, 무분별한 해고를 통해 재벌기업이 돈을 버는 이런 기막힌 상황이 지속돼야 하는가?

대법 판결에 따라 불법파견된 노동자의 정규직화를 서둘러야 한다. 덧붙여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비정규직 정규화에 대한 관심을 당부드린다. 노동자는 원래 하나이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하자. 주간연속 2교대도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 없이는 어려운 일 아니겠는가?

김창현 민주노동당 울산시당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