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8.31 21:23
수정 : 2010.08.31 21:23
북한은 왜 이렇게 무례할까
이쯤에서 우리 정부도
‘오기 외교’의 자세를 버리고
감정의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극히 이례적이다. 먼저, 북한의 건국 이래 최고 실권자가 한 해에 두번씩이나 중국을 방문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다음으로, 북한이 미국이라는 당대 최강의 패권국가의 전직 대통령을 받아들인 상태에서 절대 권력자가 외국행에 나선 것 또한 매우 이례적이다. 그런데 후자의 경우는, 일반적인 외교 관례상 결코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현시점에서 이와 같이 지극히 무례한 비외교적 행태까지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일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 목적을 둘러싸고는 몇가지 분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와 관련되어 우리가 간과해선 안 될 확실한 한가지는, 점점 더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감정외교’ 양상의 심각성이다. 어느 순간부터 동북아지역에 짙게 드리워지게 된 역내 주요국간의 ‘감정’이 이번과 같은 비외교적인 외교로까지 파생되었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동안 대립과 상쟁 국면을 면치 못했던 남북 관계는, 아쉬운 감이 없지는 않지만, 두번의 정상회담을 통해 다양한 인적 및 경제 교류를 축적해 내는 등 대화와 교류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었다. 그러다가 북한의 ‘잘못된 방향’을 문제 삼는 현 정권의 ‘잘못된 방법’으로 인해 감정의 골이 생기며 한순간에 과거로 회귀되고 말았다.
한-중 관계는 또 어떤가. 1992년의 수교 이래 양국 관계는 정치·경제를 포함한 대부분의 분야에서 원만하게 발전해왔다. 그 과정에서 오히려 북-중 관계가 소원하게 되기도 하지 않았던가. 그러했던 남북 관계가 불과 몇년 만에 불신과 반목 속에 빠지고 말았다. 그 결과, ‘상어 색’(shark’s color)과 같은 함의로 일관하던 중국의 외교당국조차 직설적 표현을 서슴지 않게 되었다. 중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설상가상으로 어느덧 경제적 ‘후과’(後果)마저 거론하는 지경으로까지 악화되고 말았다.
몇년 전만 해도 김정일 위원장의 이번과 같은 방중은 성사되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우선 아무리 럭비공과 같은 북한이라 해도 북-미 관계를 고려할 때, 이 정도로까지 돌출된 행동은 취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북한이 그렇게 하려 했더라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 아니었더라면 중국이 이를 만류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꼬이고 꼬인 동북아 역내의 감정적 기류 속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우리의 국익은 무엇일까. 아울러 이 속에서 동북아 역내 국가들이 취할 수 있는 그들의 국익 또한 과연 무엇일까.
김태호 총리 후보자 등의 흠결을 계기로 새롭게 시작하려 한 결정은 평가할 만하다. 이쯤에서 오기를 버리고 결단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다. 적절하지 못한 방법으로 인해 문제만 키우고 있는 외교 분야 또한 이쯤에서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오기 정치’는 선거의 패배로 귀결되겠지만, ‘오기 외교’는 국가의 위기로 귀결될 수 있음을 고려할 때 더더욱 그렇다. 결국 동북아 역내에 드리워진 감정의 실타래는 더 악화되기 전에 이쯤에서 우리 정부가 먼저 나서서 풀어내야 하는 것이다.
우수근 중국 상하이 둥화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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