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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8.31 21:20 수정 : 2010.09.01 11:29

총알 피해가는 국방군, 픽픽 쓰러지는 인민군
남북통일 소망하는 조선족들은 어이없어 웃는다

2006년 <한국방송>이 방영한 드라마 ‘서울 1945’를 감명 깊게 보았다. 조선족들이 집거한 연길에서는 저녁이면 사람들이 일찌감치 안방을 차지하는 바람에 거리가 한적했다. ‘서울 1945’가 조선족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은 한국의 기존 ‘반쪽’ 드라마가 아닌 친일과 반일, 친미와 반미, 국군과 인민군의 다양한 형상을 통하여 남과 북의 사상과 입장, 견해와 이상을 고루 보여준 보기 드문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서울 1945’는 남과 북에 예속되지 않고 객관적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조선족들의 입장과 정서에도 잘 맞아떨어졌다. 하여 드라마가 방영되는 동안 조선족들은 드라마에 푹 빠져 극중 인물들과 희로애락을 나누면서 한반도의 미래에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오늘, 6·25전쟁 60주년을 맞아 <한국방송>과 <문화방송>이 내놓은 드라마 ‘전우’와 ‘로드넘버원’은 다시 ‘북괴’와 인민군, 지원군을 적으로 지정하고 전우애와 러브스토리를 주제로 한 현대판 ‘반쪽’ 액션 드라마에 불과하다.

오늘도 북쪽 인민들은 ‘고난의 행군’ 시절에 그랬듯이 “빨리 전쟁이 일어나서 죽든 살든 판가름이 나야 한다”며 생활의 질고를 전쟁에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남쪽 국민들은 전쟁은 불가인 반면, 통일은 말하는 사람이 없다. 자칫 현 정부에 의해 ‘친북좌파’로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전우’와 ‘로드넘버원’은 이런 어려운 정치적 국면을 기피하고 ‘반쪽 액션’으로 관중몰이에 나섰고 실제 6·25전쟁에서 있었던 이야기들을 대거 투입해보지만 진실감이 적고 극의 내용과 주제, 선후와 액션이 서로 연관성을 잃어 어색하기만 하다.

요즘 ‘전우’와 ‘로드넘버원’으로 안방에서 ‘국방군’을 피해가는 총포소리가 요란하고 과녁처럼 잘 들어맞는 인민군과 지원군의 너부러지는 모습이 가관인 것을 보면서 조선족들은 어이없이 웃고 있다. 이게 <한국방송>과 <문화방송>의 수준이고 이명박 정권의 수준이냐고. 이유야 어찌됐든 통일을 희망하는 조선족들에게는 2000년과 2007년의 남북정상회담으로 민족이 환호하는 모습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이명박 정부에 의해 남과 북이 경색국면으로 팽팽한 기류가 흐르는 지금 다시 안방에서 한국의 반쪽 드라마나 봐야 하는 불편은 여간 괴로운 것이 아니다.

역사와 문화와 혈연으로 한반도와 유대관계를 갖고 있는 조선족은 해외 동포로서 당연히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입장과 견해를 가질 수 있다. 또 그들이 바라는 것은 하나의 한반도와 하나의 고국이기 때문에 높은 차원에서 공정성을 갖고 있다. 오히려 민족사로 볼 때 현존하는 남과 북의 정권과 정당, 국민은 민족의 대업인 통일을 거스르는 반민족적인 조대(朝代)이며 자기의 안일만 돌보는 무책임한 정당과 국민일 수 있다.

이제 지난 세기 60~70년대를 답습하지 말고 좀더 객관적으로 6·25를 평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쟁의 원흉인 인민군의 적화통일도 객관적으로 조명되어야 할뿐더러 ‘미국 제국주의 침략을 물리치고 나라를 찾겠다’고 뛰어간 조선족 지원 군장병들도 조명되어 복잡다단했던 6·25전쟁으로부터 민족끼리 교훈을 얻고 신뢰를 쌓아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6·25를 기념하는 목적이 바로 여기에 있어야 한다.

려호길 <흑룡강신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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