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더기가 된 사람들이
총리가 되고 장관이 된다면
누구에게 청렴하라 하겠는가 신호위반을 한 운전사에게 스티커를 발부하지 않는 대신 1만원을 받은 것이 적발되어 해임당한 경찰이 행정소송을 청구한 적이 있다. 3년 전 대법원에서는 다른 공무원보다 더 준법 의무가 있는 교통경찰이 먼저 돈을 요구하여 받았기 때문에 금액에 관계없이 해임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핀란드에서는 작년 길거리에 버려진 자전거를 찾아준 경찰이 주인한테 감사 표시로 받은 음료수 값 2유로(약 3500원)가 문제 되어 벌금 500유로(약 88만원)가 선고되었다. 이 두 사례는 사소한 잘못에도 엄격한 공직윤리가 적용되고 있다는 차원에서 필자가 공무원 대상 반부패청렴교육 중 소개하는 것이다. 이 사례만 보면 한국도 핀란드를 비롯한 청렴선진국처럼 공무원의 사소한 부정과 부패에도 단호한 처벌이 되는 것 같지만 이 나라들과 가장 큰 차이는 이러한 기준이 하위직 공무원에게만 엄격하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요 며칠 총리 및 장관 후보자들의 청문회를 앞두고 불거져 나온 각종 의혹들은 그냥 지나치기에는 일국의 총리, 장관으로서 적절치 않은 내용투성이다.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작년 제작한 ‘청렴선진국으로 가는 길’ 동영상과 발간 자료를 보면, 이들 나라에서는 지금 우리 기준으로 본다면 정말 ‘그까짓 거’ 갖고 왜 그리 엄격하게 할까 하고 생각할 수 있는 사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작년 국제투명성기구 부패인식지수 평가에서 싱가포르와 함께 공동 3위를 한 스웨덴에서는 부총리가 공공카드로 30만원치 조카 선물을 구매한 것 때문에 정계은퇴를 하였으며, 1위를 한 뉴질랜드에서는 국회의원이 집에서 일하는 타이(태국) 출신 가정부의 비자발급 대가로 뇌물을 받은 것이 문제 되어 징역 6역형이 선고되었다. 아시아에서 싱가포르 다음으로 높은 순위인 12위를 한 홍콩에서도 장관급인 기회평등위원장이 재벌 관계자로부터 비행기표를 받아 해외여행 간 것이 적발되어 사임을 하였다. 작년 공동 6위를 한 네덜란드에서는 몇년 전 내무부 장관이 시장 재직 16년 동안 업무추진비 약 400만원을 사적으로 사용한 것 때문에 바로 사임하기도 하였다. 우리나라가 작년 부패인식지수 평가에서 180개국 중 오만, 브루나이와 공동 39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국가 중 22위에 불과한 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가 지도층, 고위직 공직자의 부정, 비리에 단호하지 못한 것이다. 관세청에서 제작한 ‘청백리의 아침’ 동영상 중 ‘영웅의 청렴’이 있다. 성웅 이순신 장군이 상관의 지시에도 관아의 오동나무는 나라의 것이기 때문에 사사로이 베어갈 수 없다고 거절하는 것과, 상사가 자신의 친척을 특진시키라는 요구에도 응당 승진해야 할 사람이 승진하지 못하는 불이익을 들어 거부하는 사례들이 소개되어 있는데, 그중 압권은 장군이 관직에서 쫓겨났을 때 유성룡이 당시 이조판서인 이율곡을 한번 찾아가보라고 했을 때 ‘나와 이율곡은 성이 같아 한번 찾아가볼 만하지만, 그가 관직에 있는 동안에는 만나보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라고 답하는 장면이다. “장군이 영웅인 된 것은 혁신적인 전략과 전술 때문이었지만 불리한 상황에서도 그를 믿고 따랐던 것은 그의 청렴함 때문이었다”는 동영상의 멘트처럼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속담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불법과 비윤리적인 행위로 누더기가 된 사람들이 총리가 되고, 장관이 된다면 그들이 과연 소속 공무원들에게 청렴하라고 요구할 수 있고, 부패행위가 발생했을 경우 엄중히 처벌할 수 있겠는가?
이지문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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