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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8.10 23:54 수정 : 2010.08.10 23:54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전문계고도 8·9교시 수업에
심야반 운영하느라 난리다.
거기에 지자체의 늑장행정까지…

6·2 지방선거 뒤 지자체의 교육지원이 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전남 화순군은 9월부터 지역 고교생 전원에게 수업료를 지원하기 위해 조례 제정과 예산 확보에 나섰다. 전완준 화순군수는 “수업료 지원으로 지역 중학생의 타지 전출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경남 하동군은 서울대 등 소위 명문대에 진학하는 고교 졸업생에게 4년간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기로 했다. 경기 용인시는 전체 예산의 1.5%(170억원)인 교육예산을 2배인 3%로 늘리기로 했다. 그 외 많은 지자체들이 앞다퉈 교육 지원에 나서고 있다.

대개는 수월성 교육을 위한 예산지원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지만 화순군같이 고교생 전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군산시 역시 선거 이전부터 학력증진비 명목으로 관내 모든 고교에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전문계까지 포함한 ‘반수월성 교육’ 예산지원이라 일단 바람직해 보인다.

‘일단’이라 말한 것은 그 덕분에 전문계 고교에서조차 국·영·수 위주의 8·9교시 보충수업을 하게 되어서다. 일제고사를 통한 기초학력 미달 학생 가려내기가 마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때여서 8·9교시 보충수업은 학생 의사와 상관없이 이뤄지고 있다. 김승환 교육감 취임 뒤 일선학교에 내려보낸 강제적 보충수업 금지와 충돌하는 사태가 올지도 모를 일이다.

요컨대 지자체의 교육지원이 꼭 좋은 일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물며 예산배분마저 학교의 프로그램에 맞추지 못하는 늑장 행정이라면 좋은 일 하면서 욕 얻어먹기 십상이다. 가령 6월 말 이미 학력증진 수업일정을 마쳤는데도 3주가 지나도록 수당 지급이 안 되는 경우가 그것이다. 알고 보니 지난해와 달리 1년치 예산 전액이 한번에 내려오는 게 아니다. 분기별로 배분하는데 2차분 예산이 아직도 내려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속된 말로 ‘외상’인 셈이다.

학교에선 4월부터 연속적으로 8·9교시 수업을 해왔다. 수업은 예산배분에 맞춰 찔끔찔끔 할 수 없는데 무슨 이유로 분기별로 나눠 주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탁상 행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학생들은 더 말할 나위 없지만 필자부터 전문계고 교사들은 억지로 8·9교시 보충수업에 임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보통 과목의 교사들은 이구동성으로 ‘보충수업 할 것 같으면 인문계고 근무하지 뭐하러 전문계고에 있겠냐’며 불만스러워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뒤 8·9교시는 기본이고, 나아가 기초학력 미달의 심야반 운영까지 그야말로 진풍경이 전문계고에서 벌어지고 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할지 잘 모르겠다는 푸념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거기에 지자체의 늑장 행정이 조화를 이루니 분통이 터질 수밖에.

학력증진수업이라 외래강사는 없어 그나마 덜 ‘쪽팔리게’ 됐지만, 무슨 부도 직전의 조그만 회사도 아니고, ‘외상 수업’은 할 짓이 아니다. 필자는 그전처럼 7교시 정규수업만 하고 월급 받는 교사이고 싶다.


장세진 전북 군산여상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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