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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7.16 22:34 수정 : 2010.07.16 22:34

다른 모든 검사가 정상인데
나이 때문에 양수검사를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정도를 넘어서는 것이다

올해 42살 된 주부다. 37살에 첫아이를 낳았고 16주 된 둘째아이가 지금 뱃속에서 자라고 있다. 며칠 전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후 양수검사에 대한 제안을 받았다. 35살 이상 고령 임신부들은 양수검사를 꼭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번만 그랬던 건 아니다. 첫아이 때도 병원에선 양수검사를 꼭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나는 하지 않았다. 난 그때 35살 이상 임신부들이 양수검사를 꼭 해야 한다면 피검사는 왜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 내 생각을 전달하자 검사 결과에 나이가 들어가면 양수검사를 해야 하는 것으로 나온다는 것이었다. 그럼 애초에 고령 임신부들에게 피검사는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닌가 말이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더구나 내가 계속해서 완강한 태도를 보이자 마치 돈이 없어서 그러는 거 아니냐는 말투마저 보여 몹시 불쾌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난 건강한 사내아이를 출산했다.

그리고 지금 또 그때와 비슷한 불쾌한 경험을 하고 있다. 산부인과 의사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의무적인 고지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충분히 설명해야 하고 임신부 또한 충분히 숙지해야 한다. 그러나 선택은 부모의 몫이다. 그 선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다. 양수검사를 하지 않는 부모를 마치 굉장히 무책임한 사람들로 몰아가는 의사들의 태도는 인정할 수 없다.

“우리 같으면 100%로 합니다. 그런 아이가 태어났을 때 치러야 하는 사회적 비용이 훨씬 더 크기 때문에 조기에 예방하자는 이유입니다. 물론 내 자식이 아니니 알아서 하실 문제이긴 하죠. 비용부담도 있으시니까요. 죽어도 못 하시겠다면 4주 뒤에 오세요….”

늦은 나이에 아이를 가진 사람 누구를 붙잡고 물어봐도 상관없다. “건강한 아이를 낳을 자신이 있으신가요?”라고. 아이가 생기면서부터 이미 부모는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게 된다. 아이를 낳아야겠다고 결심할 때까지 벌이는 마음속의 갈등과 불안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결심했다는 건 많은 부분을 각오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피검사부터 이상 소견이 있고 다른 기형 검사에서도 그렇다면 혹 판단을 달리할 수도 있다. 사회적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정말 감당할 자신이 있는지에 대해 깊이 숙고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데 다른 모든 검사가 정상인데 나이 때문에 양수검사를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알려주는 것 이상을 넘어서는 것이다. 고령이고 가능성이 있으니 충분히 심사숙고하라는 정도면 무슨 말인지 다 알아듣는다. 마치 안 하면 큰일 날 것 같은 분위기로 강요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생명을 다루는 의사라는 직업은 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임신부는 의사의 말 한마디에 지옥과 천국이 오락가락한다. 나 하나의 몸이 아니라 내 몸속에 새로운 생명이 자라고 있고 그 생명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부모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 인터넷 사이트에서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많은 사람들의 글을 볼 수 있었다. 절절하다 못해 눈물이 핑 돌 지경인 글도 많았다. 생명, 윤리, 도덕 운운의 문제가 아니라 임신부의 입장에서 조금은 더 따뜻하게 배려해줄 수는 없는지 의사분들께 정말 간곡히 고하고 싶다.

고화숙 인천 부평구 십정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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