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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7.13 20:57 수정 : 2010.07.13 20:57

민족주의-서구중심주의로부터
자유로운 민주시민 양성을 위해
‘일국사’ 뛰어넘는 역사교육 필요
개정 교육과정 후퇴 안타까워

주지하다시피 2009 개정 교육과정을 통해, 7차 개정 교육과정에서 추진되던 고교 ‘역사’ 과목이 폐지되고 ‘한국사’로 대체되었다. 또 그마저도 선택과목으로 바뀌면서 역사는 학교 현장에서 소외당할 처지에 놓여있었다. 그런데 다시 ‘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고 수능에서도 반드시 포함시키도록 하는 법안이 몇몇 의원들에 의해 발의되었다고 한다. 나는 비록 역사 교사가 되기를 희망하는 처지이지만 이것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었다. 일국사에 한정된 역사 교육은 그 자체로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사(national history)의 서술은 근대에서야 그 윤곽을 확연히 드러낸 ‘민족’을 초역사적 운명공동체로 상정하기도 하고, 현재의 국민국가 형태를 소급 적용하여 수천년 전부터의 과거를 모두 자국사로 명명하면서, 자국만의 역사를 진리로 포장하는 ‘비역사성’을 보인다. 그렇기에 현재 동아시아를 비롯한 여러 지역의 역사분쟁의 책임이 특정국가의 일방적 역사왜곡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각 나라의 국사라는 ‘모든 왜곡된 역사들의 경합’이야말로 역사전쟁의 본질인 것이다. 또한 국사에서는 민족이 서술의 주체가 되는 특성상, 계급·신분·젠더 등 민족 이외의 다양한 정체성들은 하위주체로 전락한다.

무엇보다 국사는 전형적인 역사서술의 형태가 아니라 국민국가 형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탄생한 근대의 산물일 뿐이다. 특히 한국과 같은 ‘주변부’의 국사는 서구의 제국이라는 ‘중심부’에 저항하는 이론적 기제로서, 세계에서 동등한 주체로 인정받기 위하여 유럽의 역사를 대문자로 놓고 모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모든 국사는 서구의 역사 발전과정을 인류 보편의 것으로 전제하고 그것을 기준으로 서술된다는 점에서, 오리엔탈리즘이나 식민주의 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국사로써 역사 교육을 받는 아이들은 이웃 국가들과의 역사 분쟁에 대해 합리적으로 사고하지 못한다. 오히려 자국사를 통해 내면화된 민족주의적 감정의 발로로 갈등을 더욱 첨예하게 만드는 데 가담하는 시민사회 구성원으로 자라나기 십상이다. 나아가 ‘민족’만을 역사의 주체로 여기는 편협한 역사의식을 갖거나, 자국에 비해 발전 정도가 더딘 소위 ‘미개’한 민족과 국가에 대해서는 우월감을, 앞선 서구에 대해서는 부러움이나 열등감을 느끼는 부적절한 상황도 초래된다.

바로 이와 같은 일국사 중심 역사 교육의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한 방법의 일환으로 등장한 것이 7차 개정 교육과정의 ‘역사’ 과목이었다. 교육과정의 졸속 개정으로 다시 ‘한국사’로 퇴보하고 말았으나, ‘역사’라는 이름 아래 한국사와 세계사의 유기적 통합을 시도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었다. 이제 한국의 역사 교육은 근대의 주술로부터 빠져나와, 필연적으로 타자화를 전제로 하는 민족주의나 서구중심주의와 같은 폭력적 인식으로부터 자유로운 민주시민을 기르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한국사’의 필수과목 지정 이상으로, 폐지된 ‘역사’ 과목을 복원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이다.

이환희 성균관대 교육대학원 역사교육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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