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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7.13 20:56 수정 : 2010.07.13 20:56

화훼산업에 종사하는 이들도
영세 자영업자와 도시서민이다
“화환 대신 쌀”이라는 선언은
생존과 자긍심을 흔들고 있다

최근 새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취임식장에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당선자들이 서로 경쟁하듯 화환이나 축하난 대신 쌀을 비롯한 먹거리를 받아 푸드마켓 등 사회복지 시설에 기부하겠다는 것이다.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는 취임식장 입구에 “빵저금통을 설치해 모금된 성금 전액을 북한 어린이 영양빵 지원사업에 보태기로 했다.”(<한겨레> 6월29일치) 김두관 경남지사 당선자 역시 당선 직후 “취임식 때 화환 대신 쌀을 받아 소외 계층에 지원 하겠다”고 밝혔다.

자치단체의 단체장이 관내 취약계층과 소외된 이웃을 돌보는 것은 당연하고 아름다운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홍보용이나 일회성 행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그것이 다른 사람들(집단)의 희생과 아픔을 강요해서도 안 된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1만2000여가구의 화훼농가가 농사를 짓고 있다. 이들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체결 이후 정부의 화훼산업 육성정책에 따라 성실하게 화훼농사를 지어온 사람들이다. 원자재 값 상승과 치솟는 난방비 부담으로 많은 화훼농가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묵묵히 정부시책에 따라 농사를 짓는 힘없는 농민들이다. 화훼산업은 판매와 유통에 걸쳐 유관산업의 산업 유발효과 또한 적지 않다. 여기에 종사하는 사람들 또한 영세 자영업자와 도시서민들이다. 이들 역시 당선자들이 보듬어 안아야 할 이 땅의 국민인 것이다.

단체장의 취임에는 대략 50여개의 화환이나 축하난이 들어온다. 개당 10만원이라 쳐도 50개면 500만원이다. 이 돈으로 얼마나 많은 소외 계층에 먹을 것을 보내 줄 수 있는지는 의문이 든다. 당선자들 역시 이 돈의 실제적 가치보다는 이러한 선언이 갖는 상징적 가치에 ‘방점’을 찍고 있을 것이다. 명분도 좋다. 화려하기만 할 뿐 실용적이지도 못한 것을 버리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취하겠다는데…

‘화환 대신 쌀!’ 무슨 일이 있을라치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이 한마디가 화훼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참으로 심각하다. 화환이나 축하난 50여개의 가치는 별거 아닐 수 있으나 ‘선언’ 이 미치는 사회적, 정서적 파급력은 화훼산업 관련자들에겐 핵폭탄급의 위력을 갖는 파괴력이 있다. ‘부정한 물건을 취급하는 사람, 사회적으로 퇴출되어야 할 상품을 유통시키는 사람’처럼 비치는 이러한 선언이 그간 화훼산업을 발전시켜오며 대한민국 경제의 한 부분을 담당해 왔다는 자긍심마저 뿌리째 뒤흔들고 있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꽃을 좋아했다. 쌀 한 톨, 콩 한 조각 얻어낼 땅 한 뼘이 소중했던 시기, 그 주린 배를 움켜쥐던 가난의 시절에도 장독대 한 귀퉁이 오롯이 피어 있는 봉숭아 꽃망울을 바라보며 시름을 잊곤 했다.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평화를 사랑한다. 꽃을 바라보면서 악한 마음을 품는 사람은 없다. 우리의 일상이, 우리의 주변이 꽃으로 채워진다면 우리 사회의 행복지수도 그만큼 높아질 것이다.

새로 취임하는 단체장들에게 간곡히 바란다. “꽃, 많이 받으십시오.” 많이 받은 꽃 혼자서 보지말고 직원들도 나눠주고, 시민들도 볼 수 있도록 청사 곳곳 아름답게 꾸며 주십시오.

신동욱 한국난중도매인연합회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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