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0.07.02 20:42 수정 : 2010.07.02 20:42

G20을 개최하면 뭐하나
김연아가 금메달을 따고
월드컵 16강에 오르면 뭐하나
대한민국이 정말 수치스럽다

월드컵 무대의 벽은 분명 높았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이 보여준 멋진 경기 운영과 서로를 다독이는 대범한 모습은 많은 국민들의 가슴에 ‘자긍심’이란 이름으로 깊이 새겨졌다. 유럽의 강호들이 하나같이 주춤거릴 때, 대한민국은 거침없이 16강에 진출했다. 그토록 벅차올랐던 마음은, 그러나 단 하루 만에 드라이아이스라도 삼킨 듯 꽁꽁 얼어붙었다. 예정대로라면 2012년,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이양받으면서 월드컵 16강의 대국답게 군사주권을 찾아와야 했다. 그런 기대를 이명박 정부가 ‘아무도 모르게’ 걷어차버렸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애초에 미국의 요구가 있었던 것도 아니라 한다. 미국으로선 굳이 어렵게 합의한 내용을, 그것도 이미 (한국군 기준으로) 60% 넘게 전환 준비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뒤집을 이유가 없었다. 더구나 미국은 국제 역학관계의 변화로 ‘붙박이 군’으로서의 주한 미군 개념을 바꾸고자 했다. 언제 어디든 신속하게 이동·타격할 수 있는 기동대로서의 역할로 주한 미군을 재편할 계획이었다. 이것은 미국이 ‘아무런 추가 이익 없이’ 전환 연기에 합의할 리 없음을 보여준다.

일련의 상황을 예상 못할 정도로 이명박 정부의 수준이 낮을 리 없다. 오히려 그러한 상황에도 전작권 전환 연기라는 엄청난 이슈를 터뜨렸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그 정도의 무리수를 던지기에 낯선 상황은 아니다. 천안함 사건을 절묘한 타이밍까지 선정적으로 끌고 갔지만 지방선거에서 확인한 민심은 자신들의 기대와 한참 동떨어져 있었다. 선거에서의 패배에 이어 천안함 사건의 초기 대응 부실과 관련된 내사 결과가 속속 나오면서 오히려 군과 정부에 대한 총체적인 불신까지 팽배해졌다. 정부로서는 그간 세종시 이전 수정, 4대강 사업 등 온갖 무리수에도 굳건히 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었던 ‘뒷심’을 어떻게든 유지하고 싶었을 것이다.

군사비 지출 등 여러 지표를 통해 본 우리 군의 역량은 (전작권 전환 연기의 핵심 근거인) 북의 그것보다 월등히 높다. 북핵 문제에 대한 한-미간 연합 대응은 전작권 전환 여부와는 별도로 충분한 수준에서 추진된다. 기타 너무나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비판 근거들은 객관적 수치와 더불어 이미 여러 전문가들이 풍부하게 제시해 주고 있다. 여기서는 다만 대한민국에서 생활하는 한 국민으로서 느낄 수밖에 없는 수치심 하나만이라도 강하게 전달하고 싶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진행할 정도로 우리의 국력이 강해졌다고 한다. 하반기 성장률은 5%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한다고도 했다. 월드컵 16강은 물론이고 김연아 선수의 활약 등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에서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에 자긍심을 갖자고 유난히 더 강조하던 정부였다. 이제는 믿지 못하겠다. 가슴을 뜨겁게 달구었던 태극전사들의 눈물이 채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국민을 지키는 총칼을 굳이 외국에 넘기겠다고 한다. 그러고도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 정부를 더는 믿지 못하겠다.

오원주 서울 광진구 자양동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